초록바람 풍경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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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김장,

#. 여름 내 애써 키우고 말린 고추를 가루 짓고 지난 우박에 구멍이 나기도 한 무 배추를 거두어 김장을 한다. #. 곱게 포장된 포기김치가 집 앞 편의점 매대에 사철 누워있고 재료가 아닌 완결된 음식이 전화 한 번으로 집까지 배달되는 시대의 김장이란 #. 다분히 관성적 행위 일수도 있겠다. #. 그러나 김치 속에서 띄엄하게 만나지는 노을빛 연서 같은 나뭇잎 이거나 김치가 만들어지는 동안 먼 길을 온 사람들의 왁자한 수다와 집 안팎을 소요롭게 뛰던 아이들의 웃음소리들이 #. 서로서로 조화롭게 어우러져 한겨울 곰삭은 맛을 우려내는 가슴 따듯한 사람의 음식이 될 터이니 #. 나눈 뒤에 조차 아쉬움 가득한 정 까지 더불어 익을 것이다. #. 어쨌든 김장했다. 그리하여 겨울이 되든 말든 흰눈이 오든 말든, #...

소토골 일기 2023.11.16

가을 절명,

#. 어깨 통증이 제법 가벼워진 날 치통이 시작되었다. #. 위로 아래로 안으로 밖으로 어디 한 곳 성한 데가 없다. #. 뽑기를 각오하고 병원엘 갔더니 '그래도 본래 이빨이 제일 좋은 것'이라며 그냥 씌워서 더 쓰시라는 젊은 의사, #. 중단했던 새벽 책 읽기를 살곰 살곰 다시 시작, #. 또 비 오시고 바람 불더니 한파주의보가 발령되었다. #. 가을은 변변한 인사도 나눌새 없이 절명해 버려서 마당 가득한 나뭇잎들의 순교, #. 서리는 기본 때때로 살얼음, #. 여전히 알록달록 흐드러진 뜨락의 국화꽃을 어이할꼬

풍경소리 2023.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