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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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겨울,

#. 푸르렀던 생명들이 속으로 여물어 자못 숙연한 계절, #. 누옥의 창문을 모두 닫는다. #. 겨울준비 삼아 집 주변을 정리한다. 그래봤자 이 구석에 방치되어 있던 것들을 저 구석에 다시 감춰두는 일, #. 작은 바람에도 함부로 떨어지는 나뭇잎들, #. 세월조차 함부로 쏟아져 어느새 십일월의 첫날, #. 흐리고 비가 내리고 그 빗 속에 겨울이 내렸다. #. 모서리 날카로운 바람이 자주 문틈을 기웃거리고 이르게 서리도 눈도, 덤으로 우박도 내렸으므로 가을은 가만히 등 돌려 서러운데 추녀끝 바람 가득 어느새 겨울,

소토골 일기 2023.11.01

좌충우돌 시골살이

#. 먼 도시 병원의 cancer center, 이런저런 검사 결과를 들여다보던 의사는 6개월 검진 기간을 1년으로 늘였다. #. "깨끗하고 좋다"는 짧은 소견, #. 그가 정 해준 1년의 시간이 어쩔 수 없이 내 미래의 전부가 되는 아프고 우스운 오늘, #. 해도 해도 하는 사람의 노고일 뿐, 일 한 자리 표도 나지 않는 억지 이거나 안 해도 될 일...들의 끝에 어깨와 목의 통증이 갈수록 심해졌으므로 묵히고 키운 후에 정형외과를 찾아 처방보다 먼저 핀잔을 들어야 했다. #. 손바닥이 온통 거칠어질 만큼 고된 일들을 잠시 접어 두고 작업복 대신 정장으로 포장을 바꾼 뒤 음악회를 간다. #. 도시의 밤 한켠이 베토벤의 선율에 젖어 있던 시간, 소토골 하늘에는 하마스의 로켓포 같은 우박이 퍼 부어졌으므로 ..

소토골 일기 2023.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