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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한 다발이
산비탈을 굴러 내려와
내 집에 당도할 때쯤에는
산보다 더 큰 덩치가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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뎅그렁
추녀 끝 풍경을 흔드는 문 앞 헛기침 뒤에
그 큰 덩치
아주 잘게
아주 가늘게 나누어
문 틈
창 틈
벽 틈
가슴 틈
온통의 틈새로 밀고 들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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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듬더듬 곱은 손으로
난로에 불을 붙이는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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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알몸의 나무 사이를 지나는 바람들
미안하다고
죄송도 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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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sorry
풍경so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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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입구에 깃들어 살던 무당님께서
입주 두 돌을 기념하여
제 집 마당에서 한바탕 신명 난 굿판을 벌인 게 사달이 되어
마을 내 험한 얘기들이 분분 하더니
굿도
무당님도
기어이 다른 곳으로 떠난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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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굿 데이는
굿 바이가 되야부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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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 명징하게 시린 새벽
온도계의 수은주는
집 잃은 아이처럼 쪼그려 앉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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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푸르게 열리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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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일의 타박 걸음 끝에
박타푸르의 골목길에서 만난
모모 가게의
내 나라 만두와 완벽한 일치에 놀랐던 우리들은
두고두고 만두 타령을 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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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기어이
산 중 만두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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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사람의 친정 이거나
여러 기억의 창고 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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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봉의 나날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