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바람 Sorry,

햇꿈둥지 2021. 11. 27. 06:40

 

 

#.

바람 한 다발이

산비탈을 굴러 내려와

내 집에 당도할 때쯤에는

산보다 더 큰 덩치가 되어

 

#.

뎅그렁

추녀 끝 풍경을 흔드는 문 앞 헛기침 뒤에

그 큰 덩치

아주 잘게

아주 가늘게 나누어

문 틈

창 틈

벽 틈

가슴 틈

온통의 틈새로 밀고 들어와

 

#.

더듬더듬 곱은 손으로

난로에 불을 붙이는 새

 

#.

여전히

알몸의 나무 사이를 지나는 바람들

미안하다고

죄송도 하다고

 

#.

바람sorry

풍경sorry,

 

#.

마을 입구에 깃들어 살던 무당님께서

입주 두 돌을 기념하여

제 집 마당에서 한바탕 신명 난 굿판을 벌인 게 사달이 되어

마을 내 험한 얘기들이 분분 하더니

굿도

무당님도

기어이 다른 곳으로 떠난다는 거다.

 

#.

하여

굿 데이는

굿 바이가 되야부렀다.

 

#.

별빛 명징하게 시린 새벽

온도계의 수은주는

집 잃은 아이처럼 쪼그려 앉아 있고

 

#.

하늘이

푸르게 열리는 시간,

 

#.

종일의 타박 걸음 끝에

박타푸르의 골목길에서 만난

모모 가게의

내 나라 만두와 완벽한 일치에 놀랐던 우리들은

두고두고 만두 타령을 했으므로

 

#.

오늘 기어이

산 중 만두 모임,

 

#.

여러 사람의 친정 이거나

여러 기억의 창고 이거나,

 

#.

어쨌든

봉의 나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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