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겨울 안부,

햇꿈둥지 2021. 11. 24. 06:51

 

 

#.

일어나셨구나,

흐린 불빛으로 새벽 창을 열어

고요하게 주고받는

아랫집 할아버지와의 안부,

 

#.

엔테베 특공작전처럼

기습적으로 눈이 오고

바람이 우수수 등지느러미를 세우더니

바람의 덩치만 한 추위가 

조그맣게 옹크린 산골 오두막을

꼴까닥 삼켜 버렸다.

 

#.

사방 가득

냉랭한 추위만 한 동이 엎어져 있었다.

 

#.

이런 날은

가난한 내 어머니가

코딱지 만한 아랫목에 뚜껑 덮어 묻어 두었던

그 밥그릇,

 

#.

꼭 끌어안으면

밥 알갱이의 따듯함들이

섬모충 처럼 가슴으로 파고들어

이까짓 겨울쯤 거뜬히 건널 것 같고,

 

#.

어제는 

법구경 한 줄을 썼는데

오늘은 앞 마을 아우의 부탁으로

주님의 말씀을 한 줄 쓴다.

 

#.

극락의 붓을 들어

천당의 먹물을 찍는다.

 

#.

겨울 되기 전에

너무 부지런했었나?

 

#.

이 겨울 다 가도록

무얼 하지?

 

#.

떠난 애인의 안부처럼

아득히 눈발 날리는

고요한 산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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