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미래 불안,

햇꿈둥지 2021. 11. 14. 17:48

 

 

#.

늦은 나이 출산이 걱정된다고

사는 곳 가까운

대학병원을 택했던 엄마와 아기를

근 보름 만에 보고 왔다

 

#.

병원에 있는 3일 동안

달랑 아기 한 명이 태어났다는

믿지 못할 얘기,

 

#.

앞날의 불안 원인이

목장 풀밭에 쇠똥처럼 널려 있는 세상이니

아이를 낳는 일,

그리고 건강하게 키워가는 일,

 

#.

안과 밖

사람의 모든 일들이

지난하고 또 지난하다.

 

#.

한 세상 별 욕심 없이 살아왔으나

딱 한 가지

필기구에 대한 욕심은 이날까지도 어쩌지 못해

일찌감치 썩 괜찮은 만년필 하나를 사용했었는데

 

#.

다분히 개인적인 일 하나가 계기 되어

애지중지 하던 그 만년필을 폐기해 버렸다.

 

#.

다시

우연한 기회로

제법이다 싶은 만년필 하나를 갖게 되었고

 

#.

상자 속에 고이 누워있던 침묵의 시간들이

온갖 사연들로

수다를 시작하였다.

 

#.

간절한 마음들을 예쁜 글씨로 담아

누군가의 가슴속에

작은 엽서로 넣어 주고 싶은 밤,

 

#.

아주 작은 틈새로

황소 같은 바람이 들어서는

마법의 계절,

 

#.

온종일 보일러 교체 작업,

고단 하기로는

온리 셀프라는 것,

 

#.

음력 시월 열 하루,

겨울 달빛 따라

투명하게 전도되는 추위,

 

#.

어릴적

치렁한 달그림자를 징검징검 건너

시월상달 고사떡을 이웃에 돌리던

여전히 김 나는 기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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