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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셨구나,
흐린 불빛으로 새벽 창을 열어
고요하게 주고받는
아랫집 할아버지와의 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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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테베 특공작전처럼
기습적으로 눈이 오고
바람이 우수수 등지느러미를 세우더니
바람의 덩치만 한 추위가
조그맣게 옹크린 산골 오두막을
꼴까닥 삼켜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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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 가득
냉랭한 추위만 한 동이 엎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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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날은
가난한 내 어머니가
코딱지 만한 아랫목에 뚜껑 덮어 묻어 두었던
그 밥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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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끌어안으면
밥 알갱이의 따듯함들이
섬모충 처럼 가슴으로 파고들어
이까짓 겨울쯤 거뜬히 건널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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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법구경 한 줄을 썼는데
오늘은 앞 마을 아우의 부탁으로
주님의 말씀을 한 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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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의 붓을 들어
천당의 먹물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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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되기 전에
너무 부지런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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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겨울 다 가도록
무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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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애인의 안부처럼
아득히 눈발 날리는
고요한 산 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