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호랑이 맞이,

햇꿈둥지 2021. 11. 30. 06:47

 

 

#.

버릇 하나,

옷의 앞 뒤로 큼지막한 상표 붙은 걸

병적으로 싫어한다.

 

#.

하여

옷에 대한 선택지가 지극히 좁다.

어쩔 수 없는 경우

최대한 작은 상표의 옷을 골라

그 상표마져 지우거나 가려버린다.

 

#. 

버릇 둘,

새해 달력 아랫도리에

무슨 무슨 기업이니 은행이니

이런 게 또 마뜩치 않아

어쩔 수 없이 매달아야 하는 경우

아랫도리를 자르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한다.

 

#.

공단에서 보내주는 달력

벽에 걸어 두고

함께 세월 지우기를 했었는데

매달 특정한 날짜에 씌어 있는 작은 글씨 하나,

 

#.

`ㅇㅇ 받는 날`

으쩐지 깡통 들고 동냥밥 얻는 기분이어서

도말 테잎으로 일일히 지우던 수고로움 조차 번거로우니

 

#.

아내의 도화지 몇 장을 쌥쳐다가

우물딱 쭈물딱

손 품으로 달력을 만들었다.

 

#.

자 대고 줄 그을 것 없이

내키는 대로 죽 죽 선 긋고

매달의 숫자에는

이 또한 아내의 파스텔을 쌥쳐

성의 없는 색칠 쓱~ 하고

두 번,

 

#.

어설프게 엮인 호랑이 해의 365일을

새벽 별 아래 걸어 두었다.

 

#.

다시

선물 같은 숱한 날들

공자님 비급으로 익힌 바를 실천하여

 

#.

종오소호(從吾所好),

꼴리는 대로 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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