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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릇 하나,
옷의 앞 뒤로 큼지막한 상표 붙은 걸
병적으로 싫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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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옷에 대한 선택지가 지극히 좁다.
어쩔 수 없는 경우
최대한 작은 상표의 옷을 골라
그 상표마져 지우거나 가려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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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릇 둘,
새해 달력 아랫도리에
무슨 무슨 기업이니 은행이니
이런 게 또 마뜩치 않아
어쩔 수 없이 매달아야 하는 경우
아랫도리를 자르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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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에서 보내주는 달력
벽에 걸어 두고
함께 세월 지우기를 했었는데
매달 특정한 날짜에 씌어 있는 작은 글씨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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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받는 날`
으쩐지 깡통 들고 동냥밥 얻는 기분이어서
도말 테잎으로 일일히 지우던 수고로움 조차 번거로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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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도화지 몇 장을 쌥쳐다가
우물딱 쭈물딱
손 품으로 달력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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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대고 줄 그을 것 없이
내키는 대로 죽 죽 선 긋고
매달의 숫자에는
이 또한 아내의 파스텔을 쌥쳐
성의 없는 색칠 쓱~ 하고
두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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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프게 엮인 호랑이 해의 365일을
새벽 별 아래 걸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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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선물 같은 숱한 날들
공자님 비급으로 익힌 바를 실천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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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오소호(從吾所好),
꼴리는 대로 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