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겨울 송곳니,

햇꿈둥지 2021. 12. 5. 18:30

 

#.

농사를 만들고?

 

#.

어쩐지 어색하다.

 

#.

농사를 짓고,

 

#.

이제 좀 맞는 것 같다.

 

#.

사람의 일이되

하늘에 매달린 일들은 `짓는다`고 했었다.

 

#.

밥과

옷과

집,

목숨 부지의 일들 또한 그러하다.

 

#.

그 외

사람 살이의 많은 일들은

사람의 필요와 재주로 만들어지는 것,

 

#.

겨울 깊어가는 날들

그림 동화책 만들기에 퐁당 빠져 있는

아내의 앉은 책상이 불편해 보여

뚝딱 소파 높이의 책상 하나를 만들었다.

 

#.

마음으로는 짓고

손으로는 만들고,

 

#.

산 중 누옥의 창밖에서

모서리 날카로운 바람이 

추녀 끝 풍경을 걷어차고 지나간 뒤에

 

#.

겨울의 송곳니로 매달린

투명한 고드름,

 

#.

그 끝에

어둠 조차 맑게 얼어 드는 시간, 

 

#.

나무가 품고 있던

오래전 산속 바람들이

따스한 불꽃

또는

젖빛 연기로 피어 올라

 

#.

더는 건너 뛸 곳 없는

십이월의

저녁,

모두들 칩거한 지붕 낮은 마을 

살아있음의 안부가 되어 너울거리니

 

#.

진공의

적막,

초저녘 꿈 길이 포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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