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산풍한설(雪,說)

햇꿈둥지 2021. 12. 26. 10:00

 

 

#.

산 중에

최강 한파가 들이닥쳤다.

 

#.

산 추위가

강 추위를 만나

울트라 킹 왕짱 추위로 변신했으니 

장 단지조차 얼어 터질 일,

 

#.

추녀 끝 풍경은

오두방정의 동동걸음으로 

바람의 만행을 고자질 하고

 

#.

성냥갑 만한 난로 하나

주홍빛 혀를 빼어 문 채

밤새

추위와 고군맞짱 중,

 

#.

그러거나 말거나

힘들어 죽겠다는 난로의 등떼기에 올라 앉아

고구마를 굽는다.

 

#.

얼어 죽기보다는

배 터져 죽는 게

아무래도 이 겨울엔

행복한 일이 되겠기에,

 

#. 

눈 위에

꼭 꼭 눌러 쓴

새들의

정직한 행선지가

겨울 깊이로 향하던 시간,

 

#.

연말이라고 

아이들이 몰려왔다.

 

#.

고기 구워 소만큼 먹고

워쩐

노래방 기계로 핵무장한 뒤

너도나도 고성방가 하였으므로

 

#.

여덟살 노래 하고

다섯살, 세살 춤 추고

한살 아이

외계 언어로 옹알이 하고,

 

#.

고요하던 

산 중 누옥이

시끌벅쩍

 

#.

어둠에 묻힌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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