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주 아이들과 일주일 동거는
한 겨울 추위에도
온몸에 땀띠 솟도록 고단한 일이었다.
#.
아이들 모두
제자리로 돌아간 뒤
청소가 아닌 복구 끝에 이제 좀 쉬어야겠다
맘먹을 만큼의 여유 끝에 또 주말이 되었고
#.
이번엔
쌍둥이들을 앞 세우고
처가 식구들이 몰려왔다.
옵션으로
개 까지,
#.
우리들 사는 실내의 평균 온도는 약 18도쯤,
몰려온 이들의 일상 온도는 25도쯤 이라 하여
산골 보일러와 난로가
비짓 땀을 흘리도록 쎄게 가동했지만
그래도 그니들은 여전히 춥고
한랭 적응 생명체로 퇴화한 우리만
더워서 환장하겠고
#.
더구나
해 넘어가기 바쁘게 실신의 경지에 이르는 내 사정 아랑곳없이
한밤의 고갱이 시간쯤에 들이닥친 이들은
통닭과
장어와
족발과
두부 보쌈 등 등의
종합 콜레스테롤 세트를 펼쳐 놓고는
부어라 마셔라... 를 시작했으므로
자꾸 가라앉는 눈꺼풀을 두 손으로 받히고 견디다 견디다
내 방도 아닌 책방 한편에서 까무러친 밤,
#.
어젯밤을 이어 오늘 새벽까지 통음의 달리기를 했을 테니
미명의 내 아침에 이들을 마주 하는 일은
태평양 한가운데서 코끼리 떼를 만나는 것과 같은 일,
그러니
내 아침밥은 또 처참히 유린되어
이들의 점심 같은 아침상에서나 허기를 면하게 될 것이다.
#.
무남독녀 외동딸을 아내로 맞는 일은
백번 천번 현명한 처사이며
궁합의 알파와 오메가인 것을
이제야 알겠다.
#.
늙어가며
즈이 엄마를 찜 쪄 먹게 닮아가는
다섯 딸과
그 딸들의 또 딸과
밑으로의 아이들까지
질긴 줄기에 고구마 달리듯 매달린 사람들이
가로와 세로로 널브러져
하룻밤 지나고도
또 하룻밤을 지나야 한다니
이것 참,
#.
장차 이 몸은
어느 구석에서 편안을 도모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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