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코로나 엑소더스,

햇꿈둥지 2022. 1. 8. 10:39

 

 

#.

지난주 아이들과 일주일 동거는

한 겨울 추위에도

온몸에 땀띠 솟도록 고단한 일이었다.

 

#.

아이들 모두

제자리로 돌아간 뒤

청소가 아닌 복구 끝에 이제 좀 쉬어야겠다

맘먹을 만큼의 여유 끝에 또 주말이 되었고

 

#.

이번엔

쌍둥이들을 앞 세우고

처가 식구들이 몰려왔다.

옵션으로 

개 까지,

 

#.

우리들 사는 실내의 평균 온도는 약 18도쯤,

몰려온 이들의 일상 온도는 25도쯤 이라 하여

산골 보일러와 난로가 

비짓 땀을 흘리도록 게 가동했지만

그래도 그니들은 여전히 춥고

한랭 적응 생명체로 퇴화한 우리만

더워서 환장하겠고

 

#.

더구나

해 넘어가기 바쁘게 실신의 경지에 이르는 내 사정 아랑곳없이

한밤의 고갱이 시간쯤에 들이닥친 이들은

통닭과

장어와

족발과

두부 보쌈 등 등의

종합 콜레스테롤 세트를 펼쳐 놓고는 

부어라 마셔라... 를 시작했으므로

자꾸 가라앉는 눈꺼풀을 두 손으로 받히고 견디다 견디다

내 방도 아닌 책방 한편에서 까무러친 밤,

 

#.

어젯밤을 이어 오늘 새벽까지 통음의 달리기를 했을 테니

미명의 내 아침에 이들을 마주 하는 일은 

태평양 한가운데서 코끼리 떼를 만나는 것과 같은 일,

그러니

내 아침밥은 또 처참히 유린되어 

이들의 점심 같은 아침상에서나 허기를 면하게 될 것이다.

 

#.

무남독녀 외동딸을 아내로 맞는 일은

백번 천번 현명한 처사이며

궁합의 알파와 오메가인 것을

이제야 알겠다.

 

#.

늙어가며

즈이 엄마를 찜 쪄 먹게 닮아가는 

다섯 딸과

그 딸들의 또 딸과

밑으로의 아이들까지 

질긴 줄기에 고구마 달리듯 매달린 사람들이 

가로와 세로로 널브러져

하룻밤 지나고도

또 하룻밤을 지나야 한다니

이것 참,

 

#.

장차 이 몸은

어느 구석에서 편안을 도모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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