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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안에 엎질러진 햇볕의 길이가
조금씩 길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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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봐야
창 밖은 여전히 오지게 추운
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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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밥상에 오른 알타리 김치에서
문득 군내,
겨울이 조금 시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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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창가를 기웃거리는 산새들,
마주친 맑은 눈동자 속에서
연록의 봄 그림자를 훔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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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나도
겨울에 지친
관음증 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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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운기 로타리 날이 창끝 같이 닳아서
근육질 탄탄한 새 날을 받아 들고
날 풀리기만 학수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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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하우스 안 이거니
일찌감치 봄의 등때기를 곱게 갈아
상추도 뿌리고
얼갈이도 뿌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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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극성스럽게
뭔 일이라도 도모해야
이 묵지근한 어깨가 풀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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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의 호미걸이 한판에 엎어져서
구렁이 알 같은 여행사를 말아먹은 후배가
이를 기념하여 콩 농사를 지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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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서없이 농사지어진 콩 서 말이
메주 되고 청국장 되어
산꼬댕이 누옥의 대들보에 효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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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국장 한 사발 뜨끈하게 끓여 먹고 나면
냄새로 삐뚤어졌던 못 생긴 코가
제자리로 돌아 오려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