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메주戀歌,

햇꿈둥지 2022. 1. 7. 07:01

 

 

#.

방안에 엎질러진 햇볕의 길이가

조금씩 길어지고 있다.

 

#. 

그래 봐야

창 밖은 여전히 오지게 추운

소한,

 

#.

아침 밥상에 오른 알타리 김치에서

문득 군내,

겨울이 조금 시들해 보인다.

 

#.

자주

창가를 기웃거리는 산새들,

마주친 맑은 눈동자 속에서

연록의 봄 그림자를 훔쳐본다.

 

#.

너도

나도

겨울에 지친

관음증 환자,

 

#.

경운기 로타리 날이 창끝 같이 닳아서

근육질 탄탄한 새 날을 받아 들고

날 풀리기만 학수고대,

 

#.

비닐하우스 안 이거니

일찌감치 봄의 등때기를 곱게 갈아

상추도 뿌리고

얼갈이도 뿌리고,

 

#.

조금 극성스럽게

뭔 일이라도 도모해야

이 묵지근한 어깨가 풀릴 것 같다.

 

#. 

코로나의 호미걸이 한판에 엎어져서

구렁이 알 같은 여행사를 말아먹은 후배가

이를 기념하여 콩 농사를 지었다고 했다.

 

#.

두서없이 농사지어진 콩 서 말이

메주 되고 청국장 되어

산꼬댕이 누옥의 대들보에 효수되었다.

 

#.

청국장 한 사발 뜨끈하게 끓여 먹고 나면

냄새로 삐뚤어졌던 못 생긴 코가

제자리로 돌아 오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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