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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들방 구석을 비집어
하염없이 새던 연기는
몇 날 며칠 입막음 끝에
겨우 틀어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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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이렇게
스스로도 감탄할 만큼
장한 일을 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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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시 세끼 더운 밥상을 준비해 주던
누추한 산골 부엌은
사실은 며느님 수라간이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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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나서기 며칠 동안
이걸 굽고 저걸 끓이고
지지고 볶고···
하여
바리바리 짐을 진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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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로 불발을 연속해야 했던
난생 처음 손녀와 눈맞춤을 위해
서울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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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엉금엉금 엉키어 흐르고 있는 윤기 나는 차들이
시속 100킬로미터가 넘는 미친 속도로 달릴 수도 있다는
거짓말 같은 얘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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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막혀 죽을 지경에 이르러서야
겨우 10미터쯤을 굴러갈 수 있는 길 위에서
100킬로미터의 규정 속도를 준수하라는
철딱서니 없는 내비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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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겨우겨우 도착하여
반짝 상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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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하여
그토록 예쁘다고 칭찬했건만
그저 입 꼭 다문채
말 한마디 없이 새촘 가득한 지지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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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하듯 도시를 떠나 다시 산속에 드니
입동을 기다리기라도 한 듯
장맛비 찜 쪄 먹게 쏟아진 가을비에
하염없이 쏟아져 누운
봄부터 여름 지나 가을까지 무성했던
나뭇잎
또
나뭇잎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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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은 고체 상태의 바람이다
책들은 고체 상태의 침묵이다
파스칼 키냐르의 「옛날에 대하여」에 나오는
맛깔스런 언어를 빌려
····낙엽은 고체 상태의 기억이다...라고
고쳐 쓰고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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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동 후
비 오시는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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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깊은 날들을 빌려
고체 상태로 압착되어 있는 책들의 침묵조차
조심조심 깨워야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