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시월 뜨락,

햇꿈둥지 2021. 10. 27. 05:23

 

 

#.

허둥지둥 김장을 마쳤다.

 

#.

배추는 망가지고

무는 덜 자란 탓에

 

#.

배추김치

알타리 김치

초롱무 김치

파김치까지

다단계 김장이 되어

신역이 곱에 곱,

 

#.

이런 중에 감기,

 

#.

감기와 코로나는

자라와 솥뚜껑의 연계를 형성한 지 오래되어

힘든 감기를 끌어안고도

도대체

처방 하나 받아 들기 고단한 시절,

 

#.

결국 

코로나 검사,

 

#.

이 북새통으로

곁에 온 예온이를 아직 안아 줄 수 없었으므로

첫새벽에 계명성을 우러러 감기 옮기지 않을 날을 받아

상견례하기로,

 

#.

곰국 끓이고

미역 한 줄 자르고

괴기도 한 칼 끊고... 해서

룰루랄라

그 노무 서울,

 

#.

나를 품에 안고 무릎에 앉혀 키워주신 분들이

모두 가셨듯이

이제 내가 그들을 품에 앉고 무릎에 앉혀

다독거려야 하는 일,

 

#.

이 나이를 그저 무거워만 할 것이 아닌

대견하고 소중해해야 하는 이유다.

 

#. 

누옥의 뜨락이

함부로 떨어진 나뭇잎 들로 소란하다.

 

#.

바람스럽고

산스러우니

비로소

자연스럽다.

 

#.

시월 스무이레

새벽 달빛이 애잔도 하여라.

'소토골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예기불안,  (0) 2021.11.05
11월의 무늬,  (0) 2021.11.02
또 하나의 인연,  (0) 2021.10.24
별 것 아닌 행복,  (0) 2021.10.21
시월 넋두리,  (0) 2021.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