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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둥지둥 김장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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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는 망가지고
무는 덜 자란 탓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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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김치
알타리 김치
초롱무 김치
파김치까지
다단계 김장이 되어
신역이 곱에 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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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중에 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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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와 코로나는
자라와 솥뚜껑의 연계를 형성한 지 오래되어
힘든 감기를 끌어안고도
도대체
처방 하나 받아 들기 고단한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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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코로나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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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북새통으로
곁에 온 예온이를 아직 안아 줄 수 없었으므로
첫새벽에 계명성을 우러러 감기 옮기지 않을 날을 받아
상견례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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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국 끓이고
미역 한 줄 자르고
괴기도 한 칼 끊고... 해서
룰루랄라
그 노무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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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품에 안고 무릎에 앉혀 키워주신 분들이
모두 가셨듯이
이제 내가 그들을 품에 앉고 무릎에 앉혀
다독거려야 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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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이를 그저 무거워만 할 것이 아닌
대견하고 소중해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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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옥의 뜨락이
함부로 떨어진 나뭇잎 들로 소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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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스럽고
산스러우니
비로소
자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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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 스무이레
새벽 달빛이 애잔도 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