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예기불안,

햇꿈둥지 2021. 11. 5. 12:28

 

 

#.

여름에 가을을 기다리고

가을엔 겨울을 걱정하고

다시

겨울이면 봄을 기다리는,

 

#.

조바심이 분명한 이 증세는

다분히 계절병이다.

 

#.

이곳에 들어사는 동안의

시행착오들을 보면

특히 겨울에 집중된다.

 

#.

경사진 오름길을 지켜내기 위한 

눈 치우기 씨름과

산 너머 700미터가량을 지나서야 내 집에 당도하도록

이런저런 장치들로 유인되는 물과

그리고

허술한 누옥의 추위를 막아내기 위해 벌이는

언제나 수세적인 맞짱,

 

#.

하여

예기불안 이다.

 

#.

준비하여 월동이 아니라

겨울에 빠져

허우적 건너기,

 

#.

온도계 수은주가 나날이 쪼그린 걸음인데

이제서야

구들방 구석의 연기 새는 곳을 손질한다.

이 또한

게으름 끝의 허우적, 이다.

 

#.

가을 깊은 날 단풍을 찾아

앞산

뒷산

옆산

먼산을 둘러보다가

지친 걸음으로 내 집 뜨락에 오르니

마당가 단풍나무 홀로

화들짝 홍염,

 

#.

다시 백신 접종을 하라고

가랑잎 같은 문자 하나가

전화기 속에서 팔랑거린다.

 

#.

기저 질환이 문제 되어

기어이 삼세번이라는 거다.

 

#.

서실 동무 하나가 물었다.

-무슨 기저질환이 있어요?

-정신질환 이라우~

'소토골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래 불안,  (0) 2021.11.14
입동기(立冬記)  (0) 2021.11.08
11월의 무늬,  (0) 2021.11.02
시월 뜨락,  (0) 2021.10.27
또 하나의 인연,  (0) 2021.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