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자유 가을,

햇꿈둥지 2023. 9. 11. 04:38

 

#.
한 동안 아프다.
자주 아프고
길게 아프다.

#.
이가 아프고
배가 아프고
어깨가 아프고
눈이 아프고
종합쩍으로 아프고
복합쩍으로 우울하다.

#.
엄마의 줄을 끊어
나를 사람의 세상으로 보내면서
문신같은 꽃 한 송이
몸 가운데 놓아주셨다.

#.
그래서인지
몸이 아픈 밤 이면
살곰살곰
배꼽이 아팠다.

#.
몸의 통증이 잠시 쉬는 사이
글씨를 쓰고
벌초를 했다.

#.
아이들은
서해 바다에서 놀고
또는
수목원의 맨발 걷기를 하며
무럭무럭 자라는 새

#.
나는 
무럭무럭 늙었으므로
가을은 제법 소슬한데도

#.
나날이 
고추 뒤집어 주기,
얼른
저 홀로 뒹굴 뒹굴 굴러 다니며 마르는
신품종 고추가 나와야 한다

#.
서실을 버리고
홀로 쓰는 글씨,

#.
무슨 일이든 매이지 않은 채
소소하여 자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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