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여름 건너記,

햇꿈둥지 2023. 8. 6. 04:03

 

#.
예겸이 가족이
엄마의 휴가에 맞춰
일주일 시골살이를 시작했다.

#.
아이들의 소동과
일상의 소요를

그렇게 살아왔던 것처럼
그저 끌어 안기,

#.
데크 위 그늘 막 설치를 위해
끈 묶을 나뭇가지를 헤치던 중
우르르 덤벼 든 벌떼,
대번 손 등이 얼큰하다. 

#.
이 또한
내 겪음이니 다행,

#.
소나기 내리기 전 바람은
에어컨 바람보다 시원했으므로
가만히 나뭇 그늘에 앉아 
바람 섞인 비에 몸 적시기,

#.
그리하여
어떻게든
여름 건너기,

#.
결혼 후 처음
손수 운전으로 내려온 며느리의
주변을 한 바퀴 둘러 막국수를 먹겠다는
야심 찬 계획에 멱살 잡혀
생 내비게이션이 되어야 했다.

#.
잠시 눈을 감으면
88 청룡 열차에 앉아 있는 것 같았다.

#.
하필이면 구비 많은 영월길을 돌고 돌아
휴가로 집 나온 사람들이 빼곡한 시골음식점에서
줄 서기 30여분,

#. 
영월(寧越)의 한자 뜻에
'잘 넘어갔느냐'는 걱정도 담겨 있으니
어쨌든
잘 넘어 왔음에 안도한다.

#.
이 여름
아니 이번 주 만이라도
빨리 지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점 점 더
간절해진다.

#.
어쨌거나
8월도 어느새
여섯번쨋 날,

#.
새벽 창 넘은 바람 속이
제법 소슬하다.

#.
이제 모두들
제자리로 돌아 간 지금
세상 고요,

'소토골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름 결산,  (14) 2023.08.25
8월 넋두리,  (20) 2023.08.21
8월의 바람,  (19) 2023.08.01
뜨락에 신발 넘치나이다.  (28) 2023.07.27
그렇게 여름,  (26) 2023.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