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그렇게 여름,

햇꿈둥지 2023. 7. 20. 04:36

 

#.
성냥갑 만한 제습기 한대
연일
산골 누옥을 쥐어짜는 중,

#.
호우가 위험하니
역류가 예상되니
산사태와
축대 붕괴가 우려되니 등 등,

#.
비로 인한 온갖 걱정과 근심을 버무려 담은
손 전화기 속의 구까적 문짜 폭탄,

#.
문짜청을
하나 만들면 어떨까?

#.
사방에 물이 넘쳐나고
잠자리에 누우면
비가 오든 안 오든
빗소리의 환청,

#.
낮은 자리의 급수 펌프가 작동을 멈췄다.
연일의 비로 
온갖 눅눅을 견디며 고군분투 중이더니
그예 절명하셨으므로

#. 
비와 물속의
갈증,

#.
장마는
집 안과 밖으로
다양한 백수의 일거리들을 만들어 놓았다.

#.
연일 비가 내리고
비 속에서도 온 우주의 힘으로 꽃을 피우고
햇빛이 아닌 물로
옥수수가 영글고,

#.
도시의 식구들은 
그 옥수수를 탐하고

#.
우주는 단순 명료하고
사람의 일은 복잡 다단하다

#.
정우의 손가락 꼽기가 끝났다.
방학을 했다는 것,

#.
이제부터는
내가
손가락 꼽기를 시작해야 한다.

#.
그렇게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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