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8월 넋두리,

햇꿈둥지 2023. 8. 21. 15:23

 

#.
오로지 걷기를 위한
신발 하나를 샀다.

#.
셀프
생일 선물,

#.
불쑥
먼 도시에 사는 친구 부부가 들어섰다.
일요일인 오늘 잠시
아이들로부터 벗어났음을 알겠다.

#.
장이 고장 나는 바람에
병원 고생을 잠깐 했노라는 하소연과
손주들 돌보는 일로
힘들고 행복한 얘기들이 수다되어 질펀했으므로

#.
뒤늦은 위로 겸,
고개 너머 작은 음식점에 앉아
소만큼 먹었다.

#.
병원 일도
아이들 일도
동병상련이 된 셈,

#.
다만,
사랑에 빠진 잠시의 게으름이 죄목 되어
은하수 동쪽과 서쪽을 그리움으로 채워야 하는
견우와 직녀가
까마귀와 까치의 머리통을 즈려밟아 만나는 날,

#.
견우화라는 이명을 가진 나팔꽃이
울타리에 조롱조롱 매달린
산골 아침,

#.
새벽 잠자리에선
이불깃을 당겨 덮어야 했다.

#.
그런데도 여전히
폭염주의보,

#.
어쨌거나
8월도 어느새 하순의 날들,
처서가 내일이니
낫 갈아 벌초 준비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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