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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수동 예찬

햇꿈둥지 2005. 5. 11. 17:02


옛날에 불을 끌때 쓰는 기구 입니다

불수레 또는 완용 펌프라고 합니다

이 기구는 물을 기계적으로 가압하여 뿜어내는 기능은 있으나 자체에 수조를 가지고 있지도 않고 또 스스로 나갈 수 있는 원동기도 장착 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수동 완용소방펌프가 정확한 이름이 되는 셈 입니다

 

어쨌든 옛날에는 마을에 불이 나면 사람들이 헛둘~ 헛둘~ 이 기구를 불난 곳 까지 끌고 갔고

그 다음에는 마을 사람들이 손에 손에 양동이 하나씩을 들고 뛰어 나와서는  릴레이 게임처럼 길게 늘어서서는 물을 길어 날랐지요

지금처럼 과학이 발달 하지는 않았지만 그래서 모두들 살기가 힘겨웠지만

이런 수동적인 시스템의 틀 속에서

우리마을

우리동네

우리가족 이라는 일체적 연대감을 지켜 낼 수 있었던 겁니다

 

자동화를 더욱 자동화 하여

사람의 수동적 손길을 거두어 버려야 진정한 선진화 문명화가 이루어 진다고

과학을 신앙처럼 신봉하는 이 시대에

사람으로 만나 잠시 우리...를 만들어 내는 나와 너는 도대체 어떤 정체성을 이야기 할 수 있는 건지요

 

혹시,

우리 모두가 오늘 하루종일 떠들어야 했던 정체성 이란건

자폐증의 다른 이름은 아니었을까요?

 

이제 곧 해가 넘어 갈 시간

오늘 밤에는 소중한 가족 모두가 한 지붕 아래서 도란도란 할 수 있기를 꿈꿔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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