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돌 탑

햇꿈둥지 2005. 5. 11. 17:00


돌탑의 모습이 기단의 형성이며 전체적인 구성이 어쩐지 엉성 하기도 하고 위태로워 보이기도 하지요?

작년 이맘 때쯤 비지땀을 흘려 가며 해 놓은 꼴을 보고 있던 아내는

"아이구~ 뭔 노무 탑이 이리도 엉성 하냐?'''"고 반 핀잔을 섞어 탓을 하기도 했지만

어쨌든 내게 이 탑의 의미는 단순히 돌을 쌓았다는 것 이상의 깊은 의미가 있습니다 

 

어머니 돌아 가신 뒤로 그 곱던 마당은 잡초가 무성하고

그게 또 가슴에 바윗덩이가 되어

에구 차라리 눈으로 안 보면 나으리니...한 동안은 저 마져도 발길을 거두어 버렸었지요

그러다가는 어찌 어찌 그 집을 손질해 살아 보겠노라는 사람이 있어 맡겨 버렸더니

집 손질 하겠다고 제일 먼저 손을 댄 부분이 방구들 들어 내고 보일러 설치 하는 일 이었습니다

아파트가 주거 형태의 전부로 자리 잡아 가는 세상에 구들 돌 이라는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는지요

 

그만 마당 한켠에 버리듯 쌓아 놓은 그 돌들을 만져도 보고 쓰다듬어도 보고...

 

살아 생전에

딱~ 당신 누운 자리만큼만 뎁혀 놓고 저 윗목에선 물그릇이 얼어 터지던 그 많은 겨울들,

그 추위만이 힘 겨웠으랴 

마흔의 나이에 청상이 되어 견뎌낸

한 겨울 옹크려 누운 자세로 평생을 살아야 했던 그 맵고도 쓴 시간들...

 

주섬 주섬 그 돌들을 트럭에 싣고 오던 길,

어쩐지 그 어머니 내 등에 엎혀 있는듯 싶어

자주 쉬어 자주 울며

그렇게 옮겨 내 마당 끝에 쌓아 놓은 돌 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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