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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로가 지난 며칠 뒤
무서리가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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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 산 정수리가 노을빛으로 물들고 있어서
그 산 바라보며 숨이라도 크게 한번 쉬고 나면
가슴조차 불그레 물들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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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날이
종 종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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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이 온통 푸석한 중에도
아주 작은 모습으로 피는 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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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발걸음이 조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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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왕성하던 풀들은
하룻밤 무서리에 속절없이 주저앉아 버려서
마음만 두서없이 바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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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레
겨울에 쫓기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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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달 넘어 준비해 온
서예작품 하나를 마무리하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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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든 넘으신 도반님께서 탄식처럼 하신 말씀,
한 백일 자알~ 놀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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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글을 게시대에 걸어 놓고는
서로서로 칭찬 일색 중에
가장 압권,
"이거 엄마가 써 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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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연령 육십이 넘는 늙은 도반들이
깔깔깔 흥겨웠으니
철 없이 젊은 날들로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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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이사를 하고 있는 아이들은
한 달의 시간을 활용하여
전국 캠핑 여행을 떠나겠다고 준비가 부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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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를 거부한
노마드 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