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늙은 우리 젊은 날,

햇꿈둥지 2020. 10. 16. 04:00

 

 

#.

한로가 지난 며칠 뒤

무서리가 내렸다.

 

#.

뒷 산 정수리가 노을빛으로 물들고 있어서

그 산 바라보며 숨이라도 크게 한번 쉬고 나면

가슴조차 불그레 물들 것 같은데

 

#.

나날이

종 종 걸음,

 

#.

주변이 온통 푸석한 중에도

아주 작은 모습으로 피는 꽃들,

 

#.

하여

발걸음이 조심스럽다.

 

#.

초록 왕성하던 풀들은

하룻밤 무서리에 속절없이 주저앉아 버려서

마음만 두서없이 바쁘니

 

#.

지레

겨울에 쫓기고 있는 것 같다.

 

#.

세 달 넘어 준비해 온

서예작품 하나를 마무리하던 날,

 

#.

여든 넘으신 도반님께서 탄식처럼 하신 말씀,

한 백일 자알~ 놀았습니다.

 

#.

각자의 글을 게시대에 걸어 놓고는

서로서로 칭찬 일색 중에

가장 압권,

 

"이거 엄마가 써 줬지요?"

 

#.

평균 연령 육십이 넘는 늙은 도반들이

깔깔깔 흥겨웠으니

철 없이 젊은 날들로 즐거웠다.

 

#.

이상한 이사를 하고 있는 아이들은

한 달의 시간을 활용하여

전국 캠핑 여행을 떠나겠다고 준비가 부산하다.

 

#.

정주를 거부한

노마드 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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