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교두(橋頭) 계절

햇꿈둥지 2020. 9. 28. 08:21

 

 

#.

여름엔

매미 소리가 없었고

 

#.

추분이 지난 가을 저녁에

귀뚜라미 소리가 없다.

 

#.

불안한 시절,

 

#.

가지 않을테니

오지도 말라고

일찌감치 추석 명절에 빗장을 질러 놓고도

이걸 하고 저걸 하고

 

#.

자꾸 동동거리게 되는

무한의 관성,

 

#.

보일러를 정비하고

고장 난 바깥 수도를 새로 손질하고

여름내 썼던 농기계들을 닦아서 정리하기로

기름 투성이 손이 되거나

거친 삽질을 하거나,

 

#.

가을을 즐길새 없이 겨울준비 이거나

지난여름의 치장을 위한 애씀이 태반이니

 

#.

가을은 

다만 

겨울로 가기 위한 교두보적 계절인가

 

#.

김장을 위한 준비도

사실은 겨울로 가는 길,

 

#.

이제

곧 시월,

 

#.

벌써

마음부터 시리니

 

#.

치악에 단풍이 흥건 할 때쯤

기어이

깊은 산 품에 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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