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엔
매미 소리가 없었고
#.
추분이 지난 가을 저녁에
귀뚜라미 소리가 없다.
#.
불안한 시절,
#.
가지 않을테니
오지도 말라고
일찌감치 추석 명절에 빗장을 질러 놓고도
이걸 하고 저걸 하고
#.
자꾸 동동거리게 되는
무한의 관성,
#.
보일러를 정비하고
고장 난 바깥 수도를 새로 손질하고
여름내 썼던 농기계들을 닦아서 정리하기로
기름 투성이 손이 되거나
거친 삽질을 하거나,
#.
가을을 즐길새 없이 겨울준비 이거나
지난여름의 치장을 위한 애씀이 태반이니
#.
가을은
다만
겨울로 가기 위한 교두보적 계절인가
#.
김장을 위한 준비도
사실은 겨울로 가는 길,
#.
이제
곧 시월,
#.
벌써
마음부터 시리니
#.
치악에 단풍이 흥건 할 때쯤
기어이
깊은 산 품에 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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