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그렇게 가을,

햇꿈둥지 2020. 9. 21. 14:04

 

 

#.

해넘이 무렵

우수수

갈기 세운 바람이 일어섰다.

 

#.

산 아래 마을보다

겨울은 열 걸음쯤 앞 서 오고

봄은 열 걸음쯤 뒤에 오곤 하는

산 꼬댕이,

 

#.

찬 이슬 내리는 아침마다

다.

 

#.

개울 옆 갈대들이

불끈

하늘을 받치고 일어섰다.

 

#.

바람보다 먼저 눕되

겨울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

마음부터 소슬하게 추우니

가을날들 마다

홍역 같은 외로움을 앓는다.

 

#.

가을을 구실 하여

200여 권의 책 덜어내기를 했다

그래 봤자...

 

#.

봄부터 무성하게 자란

마당가 나무들을 정갈하게 손질해 주었다.

 

#.

하늘 귀퉁이가

살짝

단정해 보인다.

 

#.

뒷 산 정수리가 헐렁해지기 시작했다

가을이 떠나고

겨울이 들어 설

길을 만들 모양,

 

#.

마을 안 아우들이

소득 없는 뒷 산 버섯 따기 끝에

한 집 들러 한 잔

두 집 들러 두 병

내 집이 마지막인지

팔과 다리가 몽땅 잘려나가 알아들을 수 없는 억지 말들이

퐁당퐁당 술잔으로 뛰어들고 있었다.

 

#.

그렇게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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