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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그친 뒤부터
아침 한나절은 온전히 마당쇠의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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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장마 내내 빈둥거리던 예초기를 가동하여
마당과
집 주변과
밭둑과
고랑 고랑의 풀들을 베어 내는 일에 더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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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 배추 모종을 심고
무 씨를 뿌리고
자투리 코딱지 밭에 다시 상추를 뿌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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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상황이 자꾸 나빠져서
스스로 발목에 차꼬를 채우듯
온갖 일거리를 찾아내어
산 중에 몸을 가둬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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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명의 새벽에 몸 일으켜
서너 시간쯤의 일을 끝내고 나면
이내 땀범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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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주기를 고대하던 고양이가
다리에 꼬리를 감으며 재촉을 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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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 속 하염없는 시간 보내기 끝에
고추를 거두었다.
첫물이고 두물이고 나누고 셀 것 없이
그저 묵묵히 거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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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 인색한 날들 속에서도
태양빛으로 붉게 익었으니
거둔 양의 많고 적고를 가늠하기 전에
그저 감사한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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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넘은 어둠 속에
조심조심 반딧불이 나오시고
산 중 밤공기가 제법 서늘도 하니
이제
가을이 되려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