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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어기 깊은 산 승가람에서
큰스님 말씀을 골라 휘호대회를 한다고
서실 동무 모두들 준비에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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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휘호대회를 구실 하여
어지러운 코로나 틈새를 잠시 벗어나고 싶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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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상을 타게 된다면
그 돈으로
장터다방 늙은 마담에게
도라지 위스키 한잔 보시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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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짜기 아침 기온은
십삼 도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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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태풍을 찜 쪄 먹을 만큼
엄청 덩치 큰 태풍이 또 올 듯 말 듯 하다가
나라의 척추인 남과 북을 관통 할 듯 말 듯 하다가
어쩌면 동해로 갈 듯도 하다고
티비마다 자신없는 호들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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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태풍 지난 뒤면
성의 표시 정도의 가을이 지나가고
그리고 이내 겨울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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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하기도
어디를 가기도
그저 심드렁한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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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후유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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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 밑에 먹물이 들도록
하염없이 글을 써 봐도
앞 글씨 뒷 글씨 모두 그놈이 그놈
세월 같은 파지만 쌓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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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로 십 년 넘어 고생하시던
아랫집 할머니께서 바람 몹시 불던 날 아침
하늘로 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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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년 넘도록 간병에 지쳐 가던
허리 굵은 며느리 얼굴에
비로소 웃음기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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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건
살아 있다는 건
죽음보다도 거룩하지 못한 참담한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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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이르게 선영 벌초를 했다.
바쁜 아이들 모르게
늙어가는 형제 둘이 군사작전처럼 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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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 일이라도 만들어서
코로나 틈새를 헤집어 보고 싶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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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뜨락의 산초 열매가
이제 뱀의 눈처럼 껍질을 벗을 모양이다.
흐렸거니
구월 하루가 말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