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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 예보 무시하고
삼일 밤 낮
비 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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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은 창대하고
사위는 눅눅하니
곧
이 몸 어딘가에 아가미 하나 생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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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사람 하나 다니지 않는 시골 마을
그렇거니
치열처럼 정연하게 옥수수가 익어서
더운 김이 나도록 삶아진 맛 조차 고요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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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 내리기를 주저하여
잠시 풀잎에 매달린 빗방울과
빗속의 인색한 빛을 모아
고요하여 정숙하게 피어 난 나리꽃들이
흐린 하늘 속에 찬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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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내린 눈은
황소의 콧김 같은 더운 김을 뿜어내며 치워야 하는 것이나
비는 그렇지 않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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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다.
뽑아 올리듯 우쭐 자란 풀들을
온몸으로 더운 땀을 쏟으며 베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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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
공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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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구들방 바닥이 눅눅하고도 제법 서늘하였으므로
비 뜸한 사이 아궁이 가득 불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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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비 뿌리는 산골짜기 한낮
따순 바닥에 누워
짚 베개를 돋아 고이면 딱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