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빗속 넋두리

햇꿈둥지 2020. 7. 24. 17:01

 

 

#.

기상청 예보 무시하고

삼일 밤 낮

비 오셨다

 

#.

초록은 창대하고

사위는 눅눅하니

이 몸 어딘가에 아가미 하나 생길 듯하다

 

#.

하루 종일 사람 하나 다니지 않는 시골 마을

그렇거니

치열처럼 정연하게 옥수수가 익어서

더운 김이 나도록 삶아진 맛 조차 고요하였다

 

#.

지상에 내리기를 주저하여

잠시 풀잎에 매달린 빗방울과

빗속의 인색한 빛을 모아

고요하여 정숙하게 피어 난 나리꽃들이

흐린 하늘 속에 찬란하다

 

#.

겨울에 내린 눈은

황소의 콧김 같은 더운 김을 뿜어내며 치워야 하는 것이나

비는 그렇지 않은 것일까?

 

#.

아니다.

뽑아 올리듯 우쭐 자란 풀들을

온몸으로 더운 땀을 쏟으며 베어내야 한다

 

#.

시골살이

공짜가 없다.

 

#.

어젯밤

구들방 바닥이 눅눅하고도 제법 서늘하였으므로

비 뜸한 사이 아궁이 가득 불을 넣었다

 

#.

여전히 비 뿌리는 산골짜기 한낮

따순 바닥에 누워

짚 베개를 돋아 고이면 딱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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