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개 덕분

햇꿈둥지 2020. 7. 8. 06:50

 

 

#.

시내버스 정류장은

여름에는 머리 위에서 시원한 바람이 쏟아지고

겨울이면 의자가 구들방 아랫목처럼 따끈하다

 

#.

더하여

횡단보도 앞 마다

널찍한 그늘막이 설치되어 있다

 

#.

무위와 자연을

인위와 인공으로 끊임없이 구분하는 일,

 

#.

경계 애매한 산 꼬댕이에서

오늘도

부채 하나 들고

버스 타러 간다.

 

#.

옥수수가 익으면

수염이 시들해질뿐더러

엄마 등에 업혀 있다가 그만 내려오고 싶은 아이처럼

자꾸자꾸 뒤로 눕는다는 사실,

 

#.

그걸 이제야 알았냐는

반 지청구 담긴 말씀에도 불구하고

이제라도 얼마나 대견한 일이냐고

우쭐,

 

#.

사람들 모이면

언제쯤 코로나가 끝날 것인가에 대한 얘기들이 분분하다

흐린 물고기 속에 사는 등 굽은 물고기처럼

코로나 바이러스가 듬성한 세상 속을

그저 조심조심 사는 수밖에,

 

#.

개들이 소리 없이 풀을 뜯어먹고 있으니

 

#.

과연

비가 오시려나 보다

 

#.

개 덕분이다.

 

#.

시원하게 비 오신 뒤에

개밥 한 그릇

시원하게 물 말아 드려야겠다.

 

#.

소서와 대서

소한과 대한

더위와 추위는 중간쯤 되는 일이 없나 보다

 

#.

결국

얼어 죽이거나

쪄서 죽이거나,

 

#.

우리나라는 정말로 대단한 나라이다

법?으로 정한

초복과

중복과

말복 뒤에

광복을 만들어 두었다

 

#.

올 광복 달임은

뭣으로 할꼬?

 

#.

태극기 한접시 무쳐 먹고

땡볕 아래

만세 삼창을 열번쯤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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