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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버스 정류장은
여름에는 머리 위에서 시원한 바람이 쏟아지고
겨울이면 의자가 구들방 아랫목처럼 따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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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하여
횡단보도 앞 마다
널찍한 그늘막이 설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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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위와 자연을
인위와 인공으로 끊임없이 구분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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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 애매한 산 꼬댕이에서
오늘도
부채 하나 들고
버스 타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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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가 익으면
수염이 시들해질뿐더러
엄마 등에 업혀 있다가 그만 내려오고 싶은 아이처럼
자꾸자꾸 뒤로 눕는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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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이제야 알았냐는
반 지청구 담긴 말씀에도 불구하고
이제라도 얼마나 대견한 일이냐고
우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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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모이면
언제쯤 코로나가 끝날 것인가에 대한 얘기들이 분분하다
흐린 물고기 속에 사는 등 굽은 물고기처럼
코로나 바이러스가 듬성한 세상 속을
그저 조심조심 사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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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들이 소리 없이 풀을 뜯어먹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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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비가 오시려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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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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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하게 비 오신 뒤에
개밥 한 그릇
시원하게 물 말아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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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서와 대서
소한과 대한
더위와 추위는 중간쯤 되는 일이 없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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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얼어 죽이거나
쪄서 죽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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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정말로 대단한 나라이다
법?으로 정한
초복과
중복과
말복 뒤에
광복을 만들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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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광복 달임은
뭣으로 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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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한접시 무쳐 먹고
땡볕 아래
만세 삼창을 열번쯤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