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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너무 오랫동안
코로나를 이유로 달팽이처럼 들어앉아 있었음이
답답도 억울도 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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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의 길일을 택하여
우루루
소토골이 소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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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소리 바람소리뿐이던 산골에
사람의 소요가 왁자하던
세 번의 밤과
네 번의 낮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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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으로 보이던 서로의 얼굴을
얼싸안고 비빌 수 있다는 것
곱에 곱의 비용
곱에 곱의 노고가 수반되는 일이었음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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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의 첫날,
산골 두 사람은 먼 도시로 여행을 준비하는
시골 아이들처럼 두근거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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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상한 첫째
막무가내 둘째
돌쇠 셋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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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이 등 떠밀려 엉터리 셰프가 되었으므로
푸른 저녁이 산 너머로 눕던 시간에
고기 굽고 소스 준비해서 식탁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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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맛있다는 호들갑 속에는
또 다른 음모가 감추어져 있음을 알면서도
기꺼운 동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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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의 밤이
엠티 온 아이들 같이 새벽까지의 통음이었으며
왁자하고
지껄 하였으므로
초저녁에 침몰하는 저질 체력으로는 동참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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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할 수 없는 함께
저만큼 건너 공간에서 아이들 명랑하니
나는 이대로 혼곤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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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모두에게
세상 속 가장 편한 사람과 공간이 되도록
아주 작은 모습으로 뒤에 있고자 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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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떠난 뒤
뒷정리만 하룻밤 하루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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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또
기꺼이 기다리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