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세번의 밤과 네번의 낮 동안

햇꿈둥지 2020. 6. 29. 08:54

 

 

#.

우리 너무 오랫동안

코로나를 이유로 달팽이처럼 들어앉아 있었음이

답답도 억울도 하여

 

#.

유월의 길일을 택하여

우루루

소토골이 소란했다

 

#.

새소리 바람소리뿐이던 산골에

사람의 소요가 왁자하던

세 번의 밤과

네 번의 낮들

 

#.

영상으로 보이던 서로의 얼굴을

얼싸안고 비빌 수 있다는 것

곱에 곱의 비용

곱에 곱의 노고가 수반되는 일이었음에도

 

#.

기다림의 첫날,

산골 두 사람은 먼 도시로 여행을 준비하는

시골 아이들처럼 두근거렸었다

 

#.

곱상한 첫째

막무가내 둘째

돌쇠 셋째,

 

#.

기어이 등 떠밀려 엉터리 셰프가 되었으므로

푸른 저녁이 산 너머로 눕던 시간에

고기 굽고 소스 준비해서 식탁을 준비했다

 

#.

아주 맛있다는 호들갑 속에는

또 다른 음모가 감추어져 있음을 알면서도

기꺼운 동조,

 

#.

세 번의 밤이

엠티 온 아이들 같이 새벽까지의 통음이었으며

왁자하고

지껄 하였으므로

초저녁에 침몰하는 저질 체력으로는 동참 불가,

 

#.

함께 할 수 없는 함께

저만큼 건너 공간에서 아이들 명랑하니

나는 이대로 혼곤해도 좋겠다

 

#.

아이들 모두에게

세상 속 가장 편한 사람과 공간이 되도록

아주 작은 모습으로 뒤에 있고자 할 뿐,

 

#.

모두들 떠난 뒤

뒷정리만 하룻밤 하루 낮,

 

#.

그래도

기꺼이 기다리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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