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린 하늘의 별들은
아침 이슬로 내려 있었다.
#.
이른 아침의 잠깐 외에는
어찌 몸을 움직일 방도가 없어서
#.
한낮엔
사막의 작은 생명체처럼
그늘에 찰싸닥 붙어 지내기
#.
그 사이사이
코로나 격리에 지친 몇몇의 손님이 있었고
#.
하지가 멀지 않았다고
초록 왕성하던 감자 줄기는 누른빛으로 시들하고
#.
유월 중순의 더운 날들을
치열처럼 정연하게 수납한 옥수수가 달리기 시작했으므로
#.
사방이 풀,
초록 공룡이다.
#.
아기새들이
허공의 심장이 되어 떠난 날부터
구석구석
말벌과
호리병벌과
쌍살벌과
#.
종합 복병이다.
#.
긴 코로나의 미로 속에
오랫동안 격리되어 있던 아이들이 산골조차 그립다 했으므로
깊은 밤 아내는 우렁각시처럼 힘을 내어
이 가구
저 가구
이 그릇
저 이불을 모조리 뒤바꾼 뒤
방 하나를 온전히 비워
음주가무실을 만들었다고 했다.
#.
아직도
힘 쎄고 장하다.
#.
유월 하고도 열닷새의
후텁지근한 날들,
그 아이들 품에 안으면
온 세상이 청량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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