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골고루 복병

햇꿈둥지 2020. 6. 15. 04:06

 

 

 

#.

흐린 하늘의 별들은

아침 이슬로 내려 있었다.

 

#.

이른 아침의 잠깐 외에는

어찌 몸을 움직일 방도가 없어서

 

#.

한낮엔

사막의 작은 생명체처럼

그늘에 찰싸닥 붙어 지내기

 

#.

그 사이사이

코로나 격리에 지친 몇몇의 손님이 있었고

 

#.

하지가 멀지 않았다고

초록 왕성하던 감자 줄기는 누른빛으로 시들하고

 

#.

유월 중순의 더운 날들을

치열처럼 정연하게 수납한 옥수수가 달리기 시작했으므로

 

#.

사방이 풀,

초록 공룡이다.

 

#.

아기새들이

허공의 심장이 되어 떠난 날부터

구석구석

말벌과

호리병벌과

쌍살벌과

 

#.

종합 복병이다.

 

#.

긴 코로나의 미로 속에

오랫동안 격리되어 있던 아이들이 산골조차 그립다 했으므로

깊은 밤 아내는 우렁각시처럼 힘을 내어

이 가구

저 가구

이 그릇

저 이불을 모조리 뒤바꾼 뒤 

방 하나를 온전히 비워

음주가무실을 만들었다고 했다.

 

#.

아직도

힘 쎄고 장하다.

 

#.

유월 하고도 열닷새의

후텁지근한 날들,

그 아이들 품에 안으면

온 세상이 청량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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