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날 밝음에 의해 잠을 깨는 것이 아니라
새볔까지 치렁한 달빛에 깨어나기 일쑤 입니다
냉이는 이제 꽃을 피웠으니 그 동안 몇 차례의 나물과 국의 호사로 막을 내린 셈이고
화살나무가 꼭 참새 혓바닥 만큼한 새 순을
틔웠으나
올해 심었으니 이 또한 욕심 낼 지경이 못 됩니다
이런 중에
돌 틈새마다 포동하게 살이 오르기 시작한 돋나물들은
둘이 먹을 만큼만 떼어 따로 씻을 것
없이
툭
툭
이슬만 털어내면 그만이니
온통 봄으로 느껴지는 그 맛 속에
정작으로 목에 넘겨지는 건
초록의
돋나물로가 아니라
한모금 이슬로 느껴 집니다
겨우내 치악 뜰에서 나신의 도를 닦던 나무들
이제 의젓하게 제 그늘을 거느리기 시작 했는데
이 그늘
아래서
초록빛 술 한잔 나눌 분 어디 안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