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단 비

햇꿈둥지 2005. 5. 18. 08:44

 

햇꿈둥지 뒷 그늘의 참나물 밭

 

 

정숙치 못한 바람을 등에 엎고 내린 간밤 비에

참나물들이 발돋움 하듯 키를 키우면서도 바람에 쓸려 모양새가 엄전치 못 하네요

이태 전쯤 스테파노의 뒷 뜰에 듬성 듬성 자라던 녀석들 몇 뿌리를 옮겨 심었더니 지난 한해 우쭐 키자란 녀석들, 꽃 피워 함부로 씨 뿌리더니 올해는 제 터전이 분명한 밭을 이루어서

봄 볕 퍼지면서 조심스레 솟는 어린 순들을 나 또한 조심 조심 솎아 먹었더니

이젠 아예 낫으로 베어내야 할 만큼 지천으로 솟구치고 있습니다

 

주변을 어슬렁 거려 취나물 이거나 메나리 싹...거기에 더 해서

두릅 순이며 이런 저런 산야의 자생 먹거리들을 취해 먹으며

온통 사람의 방식으로 키워지는 농사라는 것, 농산물 이라는 것,

이것에 대한 품질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아니,

품질에 대한 생각 보다는 본질을 이해하는데 더 큰 무게 중심이 있어야 겠네요

 

"조장" 이란 자연의 본질적인 틀 속에서 얼마나 무거운 범죄인지...깊이 생각 해야 할 필요가 있을듯 하구요  

 

더 빨리, 더 많은 것을, 더 편하게 만들어 내기 위해

식물 본질을 교란하고

흙을 지나치게 착취하는...이것이 지금 이 시대의 농법 입니다

 

 


 
허긴~
과학이 신앙이 되어 자연의 몸부림 같은 경고에 마져 유일한 방패가 되어 주리라고 맹신하며 사는 세상
그 우울한 날들에도
이렇게 풍성한 초록으로 자라는 건강한 먹거리들이 있다는 것은
또한 이 시대의 기적이라고 생각 됩니다
 
언제 어떻게 이 자리에 터전을 정 했는지
뜰 아래 돌 틈에는 취나물 맞나?...싶을 만큼 잎 큰 녀석 하나, 해마다 이렇게 비만한 몸으로도 자신만만 합니다
 
어쨌거나
도시살이 중에는 길거리에 뽀얀 먼지가 일거나 말거나 주말 날씨 화창해서 가난한 나들이가 질척해 지지 않으면 행복이려니 했었는데
이젠 가뭄에 타 들어가는 고춧모와 감자 싹들과도 그 목마름을 나누며 교감 할 줄 아니
대충 농사꾼의 의식으로는 제법이다 싶게 싹을 틔우고 있다는 혼자의 생각, 
 
 
 
 
단비 내려서
초록 넘치는 치악 소토골 뜨락에서 

'소토골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월은 언제나 이렇게 온다  (0) 2005.05.20
이씨~ 일 나가나?  (0) 2005.05.20
초록 술잔을 건넵니다  (0) 2005.05.17
수줍은 오월  (2) 2005.05.13
이사 왔어요  (0) 2005.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