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즐거운 노동

햇꿈둥지 2005. 12. 1. 10:47

 

 

 

지난 해 가을 늦은 날 벽감 속의 취침 등을 손질 한다고

엉성하게 나뭇가지를 엮고

그 틈새에 이런 저런 낙엽들을 끼워 넣었었습니다

겨울을 나는 동안 바삭하게 마른 잎들이

가을 동안의 고왔던 색감들은 모두 허공으로 돌려 버린채

갈색 일변도로 변한 것도 그러 할 뿐 더러

헐렁해진 틈새로 직광이 쏟아져 나와 취침등으로의 기능을 잃어 버렸기에

 

한 동안은 티슈 한장으로 가린채 지내 왔었습니다

 

어제 모처럼의 시간이 나기에

구석에 박혀 있던 나무토막 몇개를 정갈하게 다듬고

뒷산 나뭇가지 몇개를 뚝딱 자른 뒤에

그저 생긴대로 되는대로

거짓 창호 문짝 소품 하나를 만들었습니다

 

 

 

 

뒷면에 화선지 한장 바른 뒤에

어쩐지 밋밋함이 느껴져 뜨락의 장미 잎새 세개를 붙여 주었지요

 

벼라별 것들이

공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시대,

기성품이 없으면 주문 생산도 마다 않는 도깨비 방망이 같은 세상의 시장을 기웃거리면 될 것을...

그러나

엉성한 솜씨 이거니 손수 땀 흘려 만든 이런 것들이

기생오라비 이맛빡 처럼 뺀도롬~ 하기만 한 세상 어느 것과 등가적 가치 비교가 되겠는지요?

물론

성취감으로 느껴지는 살림살이의 만족도 까지 말 입니다

 

여보 나 이런걸 하나 사왔소...보다는

여보 오늘 내가 이런 걸 하나 만들었소...에 응수하여 서툴지만 진정으로 건네지는 소꿉장난 친구의 찬사 같은 표현들 속에서 이 여린 불빛의 백배쯤은 될듯한 빛들이 가슴에 고입니다

 

사람의 손 속에는

너나 할 것 없이

우주를 창조 할 수 있을 만큼의 능력이 들어 있는 거라고 믿지요

그러나

문명 이거나

과학 이거나

산업적 진보라는 이름으로 버려지고 사장되어

이제는 퇴화해 버린 그 수많은 기능들...

 

세상은 나날이 진화 하자고, 진화해 간다고 난리 법석인데

우리의 인성도 그와함께 진화하고 있는 걸까요?

 

에고

머리 아파라~

 

 

 따스함으로 느껴지는 불빛 하나

오신 모든 분들의 마음 깊은 곳에 밝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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