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일년의 마감자리

햇꿈둥지 2005. 11. 15. 11:15

 

 

 

여름내 꼿꼿히 목 세워

햇빛을 훔쳐 제 살을 찌운 녀석들

일일이 산사나무 빈 가지에 걸어 하늘로 돌려 보내고자 했다

장날 만난 산새들

몇번을 갈아서 걸어 두었음에도 사양이 없다

 

그래

너나 나나

결국은 햇빛 도둑으로 일생을 사는 일 아니겠는가?

 

장인 장모님 세상을 뜨신 뒤 부터

친정도 처가도 바뀌어 버렸다

당연한 귀결로

올해도 어김없이 형제들 김장 경연대회가 열린단다...

물론 이곳 치악에서의 원정 경기로...

 

 

 

 

 

배추의 우끼는 몰골에도 불구하고 이번 김장은 충분한 의미가 있다

모두

몽땅

온리...우리의 손으로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벌레 먹은 자리가 흡사 우박 맞은 몰골의 배추도

잎의 모양새와 관계없이 땅 속 꼴은 더덕 이거나 백년쯤 묵은 산삼처럼 제멋대로의 진수를 보여주는 무우, 

뿌리가 너무 깊어서 손으로는 도저히 뽑을 수 없는 oh! mam 갓~!

진짜로

진짜로

생쥐 fire egg(불X)만큼씩한 결실을 매달고 있는 달랑 무우,

거기에 동네 사람 보여 주기에는 쪽 팔리는 모양의 쪽파까지...

 

이걸 거두어 들이면서

우리는 아낌없이 서로를 칭찬했다

 

으응~!

아 글씨! 세상은 이렇게 양보다 질을 추구해야 하는 것이여~

 

 

 

 

 

 

이렇게 버무려진 고추가루 또한

농약도 비료도 치지 않은 그야말로 셀프 태양초 이니 검증도 확인도 필요 없는 양질의 재료들,

 

이 나라 전통의 성적 구분없이

짬뽕으로 가사가 이루어지는 단계에서 개탄스러운 사실 하나...

 

왜?

어쩌자구~

주오일 근무제는 전면 시행 한다구 G랄을 해 가지구

이렇게 조선 남정네를 쎄 빠지게 하는지...

 

우앴거나 김장의 백미인 보쌈을 안주 삼아 지구 도는걸 눈으로 확인 할 수 있었던 오후,

혼곤한 새우잠이나마

행복겨웠노라는...

 

치악산 소토골에 볼모 잡혀 사는 

마당쇠의 잠꼬대 하나를 일설로 피력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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