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제멋대로 살기

햇꿈둥지 2005. 11. 14. 15:43

 

 

 

이 집에 대들보 올린지 근 4년을 넘어 서서

이런 저런 손질거리들이 생기는 것도 그러려니와 애당초 들어가 누울 마음으로만 서둘다 보니

대충 대충 건성 건성의 부분들에 슬 슬 식상해 갑니다

몇 개월 전부터 시작된 아내의 성화는

주방이며 거실의 조도가 너무 낮다

그러니 어떻게 손질 좀 해 보자

집 지을 때는 손수 팔걷어 부치고 앞장을 서더니만

관리와 부분 손질의 문제는 철저히 마당쇠의 역할 이라고 정의해 버린 탓인지

이건 이렇게

저건 저렇게 입 채근 뿐이지 도움이 되질 않습니다

 

그래

그까짓거 옆집 아지매 소원을 들어 주는 것도 아닌데

획기적 발상과 신선한 감각으로 아내에게 선물을 준비하는 마음으로...하나 해 보자~

 

원주 장날을 택해서 어슬렁~ 장거리를 돌아 봅니다

좌판 벌이기 무섭게 해장술 부터 한잔 걸치신 바구니 가게 아저씨 한테 소쿠리 두개 팔천원에 사고...

음~ 이놈을 도대체 뭣과 결합 시켜야 산중에 폼나는 등이 되겠는고?...둘러 보다가

도자기 화분을 파는 아지매를 만났습니다

이리 보고

저리 보고

만져 보고

뒤집어 보고

두드려 보고...

이꼴을 지켜 보시던 아지매가

"뭐시 옮겨 심을게 많대유?"

"뭐시를 옮겨 심는대유?"

"아~ 그게 화분인데 화초를 심어야지유"

"내가 이걸 사다가 요강을 하든지 화분을 하든지 아지매는 팔기만 하믄 되능거 아니래유?"

 

갸우뚱~

 

우앴든동 이노무 도자기 화분을 이천원씩 여섯개 샀으니 됐고...

 

이걸 쭈무리고 뚜디리고 구멍 뚫고 본드로 붙이고

난리 굿판을 벌인 끝에 위와 같은 식탁 등 하나를 폼나게 준비 했으며

 

 

 

 

 하나에 또 하나를 더 하여

소쿠리 안에 도자기 화분 세개를 옹기종기 매달아 보기로 했습니다

높직한 대들보에 매달아 놓았던 먼저의 초립등이 위태로워 보였던 문제를 보완 하기 위해

철물점 개 목줄을 이천원에 사서 뚝딱 잘라 내고 적당한 높이의 행거로 설치해 놓고 보니

그 미려함의 흡족함도 그러려니와

훠얼씬~ 밝아진 불빛으로

이제 늦은 밤마다 뉘깔에 불을 켜는 일은 없을래라...

 

그윽도 한 지고...

 

고품질의 인건비는 제외 하기로 하고

원가를 뚜디리 보니

삼만원이 채 들지 않았더라...

 

남은 돈으로 신림 대포집의 늙은 마담과 마주 앉아

쐬주나 일병 때리야 쓰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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