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別離

햇꿈둥지 2005. 11. 3. 13:30

 

 

 

 

11월의 식은 햇볕이 길게 늘어져

서산의 그림자도 그렇게 고단한 모습으로 눕던 밤

바람 탓이기만 할려구

유난히 산새들 시끄럽더니만

이른 새볔 출근 길에 엄씨 어르신 댁 마당이 불빛으로 밝다

 

이승의 발길 거두셨음을

문득 예감한다...

 

오로지 이곳 치악 늑골에 기대어

팔십 평생을 보낸 생애

 

홀로 남겨진 할머니 얼굴에서 치악의 골짜기 보다 더 깊은 골짜기를 본다

 

사람의 평생...

남겨진 한 사람이 떠 맡아야 하는 홀로의 시간들은

그 애정의 두께가 클 수록 더 큰 형벌이 된다는 걸

내 어머니의 한숨 뿐 이었던 세월로 체득 했었다

 

게 딱지 같은 누옥에서 이슬을 피 하고

근처를 맴돌아 땅을 헤집어

씨 뿌리고 거두어 낸 척박한 먹이로 견뎌 냈던 질박한 삶,

 

죽어서는

 

일벌이 온 몸으로 꽃가루를 모아 들이듯이

온 몸으로 그 흙을 묻어 들이던

밭 귀퉁이 한평쯤의 넓이면 안식처가 되었다

 

사람의 생애가 갖는 의미가 몹시도 궁금 했었다

 

의외로 어린 나이에 정의해 버린

쪼꼬만 씨알 하나가 깨어

꼼틀 꼼틀 애벌레가 되고

그 애벌레 고치를 지어 스스로 제 몸을 가두었다가

이 또한 줄탁 이거니...

그 고치를 뚫고 나와 창공을 날아서

하늘과 땅과

온 천지를 끌어 모아 작은 씨알 또 하나 지어 놓으면

 

각 각의 과정을

각 각의 생애로 하여 고리처럼 물려지나니

無始無終 이라...

만남과 헤어짐이 무어 그리 애절한 일이랴...

 

옷깃을 여미게 하는 바람 줄기에

창공으로 비상 해야 할 영혼 한줄기

손 흔들어 띄워 보낸다

 

如如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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