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修道正進

햇꿈둥지 2005. 10. 25. 17:07

 

 

 

 

길 없는 설움을 톡톡히 겪었음에도

게으른 천성 탓인지

지난 여름내 빗물에 패이고

더러는 서툰 길, 서툰 운전 탓에 차 바퀴의 헛 구름으로 패이고 패인 길이

이제 더 이상 손을 보지 않고는 올라 다닐 수 없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아침 저녘 한기 속에서는 이미 겨울의 넘겨다 봄이 느껴지기도 하거니와

아예

와장창 망가지도록 방치를 해 두었다가 포크파노에게 개겨 보리라...는 계획을

인간적 성실한 자세로 바꿔서

아내와 둘이(?) 길 닦기 공사에 들어 갑니다

준비부터 요란하게

삼태기를 시작으로

삽 두개

곡괭이 하나

쇠갈퀴 하나

얼어 죽은 냉수 한병...

 

땀만 비오듯 하고...

 

모질게 맘 먹고 시멘트 포장을 해 버려???

중간 중간 삽질에 얹혀 나오는 통통한 지렁이들을 보고는 못 먹을 생각이고,

그 중 제일 훌륭한 제안이다 싶은 것이

시간 나는대로...틈 나는대로...넙대대한 돌을 줏어다가 깔자...인데

이 또한 계획이 한 삼년에 실천이 한 삼년 일테니 그저 마음 먹어 본 것으로 됐다...쳐야 할 일이지요

그렁저렁 둘이 땀 흘린 시간이 반나절,

울퉁불퉁 패이고 요란하던 길이 평평하고 엄전한 모양새를 갖추었습니다

 

그것 참~!

포크레인으로 한 것 보다 백배는 훌륭하네 그려~

 

수도라는게

심심산골 계곡에 쳐 박혀 가부좌 틀고 가슴 비워야 되는 일이 아니구먼~

 

길 닦기,

이게 곧 修道 아니겠는가???

 

철딱서니 없는 산 속 촌 부부,

이렇게 개떡 같은 생각에 빠져 낄낄대소 하며

즈이덜 닦은 길 입구에 칡넝쿨 가로 질러 놓고 "개통식"을 한답시고

G랄M병에 하이파이브까지

아주 용천을 하고 있더라...

'소토골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늘을 놓다  (0) 2005.11.02
M.E 그리고 선택까지...  (0) 2005.10.31
멀어지는 가을을 둘러 본다  (0) 2005.10.24
깨 쏟아지게 산다  (0) 2005.10.21
눈치가 넘 빨라도...  (0) 2005.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