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악 늑골에 기대어 산지가 벌써 십여년이건만
그 좁은 터전을 파고 뒤집고 뚝딱 거리기에도 짧았던 시간,
주변의 수려한 산들을 둘러 보거나
지척에 널려 있는 산사들 조차
미명의 새볔
범종의 소리로 위치를 가늠 하거나
지금처럼 나뭇잎 다 떨구어 산속의 나목 사이로 가뭇거리는 불빛을 보는 정도 였는데
이제 하룻 강아지 티를 벗어 던지고 또박한 다릿심으로 제 영역을 키워가는 강아지 처럼 주변 주변을 둘러 봅니다
집 마당에서 멀리로 보이는 백운산 칠봉암을 찾아 나섭니다
산 아래 거리보다 일찍 잎을 떨구어
이젠 제몸이 아닌 흙을 감싸 안아 기어이 흙으로 돌려 주어야 한다고
시린 바닥엔 낙엽만 소복한데
모든 나무들이 온 몸의 잎을 떨군채 벌거벗은 모습으로
겨울 준비 끝...이라건만
이 계절 추워~ 추워~를 연발하며 속옷에 겉옷 까지를 덕지로 끼어 입는 우리들은
무슨 그럴듯란 이론이 있어 자연스러움을 얘기 할 수 있을까?
수미산엘 오른들 이보다 더 힘겨울까
가뿐 숨을 못 견뎌 이제 그만 주저 앉고 싶은 높이쯤에
주지스님 조차 출타로 비운 빈 산사,
풍경소리 혼자 고요하고
저 고운 단풍빛
대웅전 처마의 단청빛인지
단청빛이 단풍빛인듯
단풍빛이 단청빛인듯...
속세를 떠나서도
어쩔 수 없이 궁금한 저잣거리
고단한 몸을 반쯤 바위에 기대인 안테나 하나
사람의 거리를 기웃거리나니...
풍경소리 뿐이거나
한 밤중 길 잃은 산새 소리만 유일한 이 산사에서도
그대들 원색의 기름진 웃음소리 함께 나눌 수 있으니
이 또한
萬有一體라...
저 塔을 쌓은 손길 같은 바람이 있으신지요?
있으시다면
푸른 하늘의 깊이만큼 이루어 넉넉 하시기를...
스바하~
'소토골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M.E 그리고 선택까지... (0) | 2005.10.31 |
---|---|
修道正進 (0) | 2005.10.25 |
깨 쏟아지게 산다 (0) | 2005.10.21 |
눈치가 넘 빨라도... (0) | 2005.10.17 |
가을 질환 (0) | 2005.10.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