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멀어지는 가을을 둘러 본다

햇꿈둥지 2005. 10. 24. 10:22

 

 

 

 

치악 늑골에 기대어 산지가 벌써 십여년이건만

그 좁은 터전을 파고 뒤집고 뚝딱 거리기에도 짧았던 시간,

주변의 수려한 산들을 둘러 보거나

지척에 널려 있는 산사들 조차

미명의 새볔

범종의 소리로 위치를 가늠 하거나

지금처럼 나뭇잎 다 떨구어 산속의 나목 사이로 가뭇거리는 불빛을 보는 정도 였는데

이제 하룻 강아지 티를 벗어 던지고 또박한 다릿심으로 제 영역을 키워가는 강아지 처럼 주변 주변을 둘러 봅니다

 

 

집 마당에서 멀리로 보이는 백운산 칠봉암을 찾아 나섭니다

산 아래 거리보다 일찍 잎을 떨구어

이젠 제몸이 아닌 흙을 감싸 안아 기어이 흙으로 돌려 주어야 한다고

시린 바닥엔 낙엽만 소복한데

 

모든 나무들이 온 몸의 잎을 떨군채 벌거벗은 모습으로

겨울 준비 끝...이라건만

이 계절 추워~ 추워~를 연발하며 속옷에 겉옷 까지를 덕지로 끼어 입는 우리들은

무슨 그럴듯란 이론이 있어 자연스러움을 얘기 할 수 있을까?

 

 

수미산엘 오른들 이보다 더 힘겨울까

가뿐 숨을 못 견뎌 이제 그만 주저 앉고 싶은 높이쯤에

주지스님 조차 출타로 비운 빈 산사,

풍경소리 혼자 고요하고

저 고운 단풍빛

대웅전 처마의 단청빛인지

 

단청빛이 단풍빛인듯

단풍빛이 단청빛인듯...

 

 

속세를 떠나서도

어쩔 수 없이 궁금한 저잣거리

고단한 몸을 반쯤 바위에 기대인 안테나 하나

사람의 거리를 기웃거리나니...

 

풍경소리 뿐이거나

한 밤중 길 잃은 산새 소리만 유일한 이 산사에서도

그대들 원색의 기름진 웃음소리 함께 나눌 수 있으니

이 또한

萬有一體라...

 

 

저 塔을 쌓은 손길 같은 바람이 있으신지요?

있으시다면

푸른 하늘의 깊이만큼 이루어 넉넉 하시기를...

 

스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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