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없는 설움을 톡톡히 겪었음에도
게으른 천성 탓인지
지난 여름내 빗물에 패이고
더러는 서툰 길, 서툰 운전 탓에 차 바퀴의 헛 구름으로 패이고 패인 길이
이제 더 이상 손을 보지 않고는 올라 다닐 수 없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아침 저녘 한기 속에서는 이미 겨울의 넘겨다 봄이 느껴지기도 하거니와
아예
와장창 망가지도록 방치를 해 두었다가 포크파노에게 개겨 보리라...는 계획을
인간적 성실한 자세로 바꿔서
아내와 둘이(?) 길 닦기 공사에 들어 갑니다
준비부터 요란하게
삼태기를 시작으로
삽 두개
곡괭이 하나
쇠갈퀴 하나
얼어 죽은 냉수 한병...
땀만 비오듯 하고...
모질게 맘 먹고 시멘트 포장을 해 버려???
중간 중간 삽질에 얹혀 나오는 통통한 지렁이들을 보고는 못 먹을 생각이고,
그 중 제일 훌륭한 제안이다 싶은 것이
시간 나는대로...틈 나는대로...넙대대한 돌을 줏어다가 깔자...인데
이 또한 계획이 한 삼년에 실천이 한 삼년 일테니 그저 마음 먹어 본 것으로 됐다...쳐야 할 일이지요
그렁저렁 둘이 땀 흘린 시간이 반나절,
울퉁불퉁 패이고 요란하던 길이 평평하고 엄전한 모양새를 갖추었습니다
그것 참~!
포크레인으로 한 것 보다 백배는 훌륭하네 그려~
수도라는게
심심산골 계곡에 쳐 박혀 가부좌 틀고 가슴 비워야 되는 일이 아니구먼~
길 닦기,
이게 곧 修道 아니겠는가???
철딱서니 없는 산 속 촌 부부,
이렇게 개떡 같은 생각에 빠져 낄낄대소 하며
즈이덜 닦은 길 입구에 칡넝쿨 가로 질러 놓고 "개통식"을 한답시고
G랄M병에 하이파이브까지
아주 용천을 하고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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