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눈치가 넘 빨라도...

햇꿈둥지 2005. 10. 17. 07:11

 

 

 

 

 

불과 2개월 사이에 근무지를 세군데나 옮겨 놓고 보니

그렇쟎아도 나쁜 머리,

이런 저런 혼란스러움에다가 갑작스런 변화가 제대로 입력되지 않아서

어느 날은 제대로 착~ 들어가 박혀야 하는 자리가 여주임에도

여주를 훌쩍 지나도록

앞으로 앞으로~  

온 세상 어린이들 다 만나고 올 넘 처럼 달리고 달리다가...

아차차~ 여기로 가면 안 되는구나  리턴 백~...의 상황을 만든다거나...

 

거의 일급비밀 사항인 제 신체적 특징 중에

머리 뒷꼭지에 제비꼬리가 있어서 남들 한달에 한번쯤 하는 이발을 두번은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으나

이제 부모님 모두 계시지 않으니 리콜이나 에이에스를 요청 할 수도 없는 상황,

그저 혼자의 바람으로야

이렇게 남들 눈에 제비족으로 오인 받을만한 특징을 부여해서

남들보다 곱쟁이로 이발비를 쓰게 하셨으면

이에 상응하는 유산이라도 남겨 주셨어야 합리적일 것 같으나

유산은 개떡에 집안 짐만 왕창 두고 가셨으니

어쨌거나 저쨌거나 이 또한 부모님 은덕이라...

뒤 늦게 가득한 효심을 갖게 된 저는 이렇게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어제는 옮겨진 근무지 주변으로 머리를 깎아 보겠다고

어슬렁

삐죽삐죽~ 머리 깎을 곳을 염탐 하다가

그 중에 제일 제비꼬리를 잘 처리해 줄듯한 한곳을 찾아 들었습니다

이미 나 보다 앞 서서 어떤 사내 하나 반쯤은 졸며 머리를 깎고 있는데

면도칼 손에 든 이발사 인상이 거의 육고간 주인 수준 입니다

그렁저렁 신문도 읽어가며 기다림을 견디다 보니...

머리 깎기를 다 마친 이 사내,

신속하게도 빗자루를 들더니 바닥에 떨어져 있던 제 머리카락을 깨끗히 쓸고 치웁니다

 

"아하~ 이노무 동네는 셀프인가부다 지기럴~..."

 

그렇게 내 차례가 되어 머리를 깎았고

내 뒤로도 또 어떤 사내 하나 들어와서 대기 중 이었고

또 또 어떤 꼬맹이 하나 아빠 손에 이끌려 들어 왔고...

 

무뚝뚝한 이발소 쥔 아저씨의 다 되었다는 얘기를 반쯤은 잠에 절은 몽롱함 속에서 들은 후,

의자에서 일어나자 마자 반사적으로 빗자루를 찾아 흩어진 머리카락들을 쓸어 모아

이제 그만 쓰레받이를 이용, 통에 담을 일만 남았는데

손님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던 쥔 아저씨,

 

"아니 손님~! 그건 왜 쓸고 계십니까?"

 

"왜 라니요?  앞에 아저씨 보니까 직접 치우시던데 여긴 이렇게 하는거 아닙니까?"

 

한참을 낄낄거리며 웃던 쥔 아저씨의 대답이...

 

"아까 그 친구는 제 조수 입니다~ 낄낄낄~"

 

뭐시??? 조수라고???   G.M.E.C.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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