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골병 추석

햇꿈둥지 2005. 9. 19. 20:53
 
 


 
앞 마당에 잔디 깎고
윗 밭에 고추 따다가
우라지게도 배가 고파서 내려와 보니
거실의 시계는 오후 하구두 한시반
주방의 시계는 열한시 쯤에서 기절한지 오래인듯 하고
안방의 시계는 한시 이십분
또 다른 방의 시계는 아직 까무러치지는 않았는데 나 처럼 배가 고파서인지 열한시쯤의 고바위를 넘지 못하고 까딱 까딱 안간힘을 쓰고 있으니
제멋대로인 시계의 구라빨들을 산술 평균하여 현재의 시각을 가늠해야 하는건지...
어쨌든
우라지게 배가 고프므로,
 
아래
집 오름 길가에 계신 어느 분의 조상님을 지척에서 괴롭히는 죄를 뉘우치고자 아침 나절에 따라 올리고 남은 청하 반병,
마찬가지로
윗 터에 돌보지 않는 어느 조상님께 따라 올리고 남은
역시 청하 반병...을 합하니 그윽히 한 병이라...
 
성질 급하게 구운 고기 몇점을 안주로 점심을 대신 하고는
이제 좀
쉴까???
했더니만
창 넘어 소나무 언덕의 잡초들이 아우성 입니다
내친 김에
얼키고 설킨 한삼 덩쿨을 걷어 내고
우물가 말끔히 청소하니...
 
빗발
 
어찌되었거나
이 일 저 일 온통의 일들이 발부리에 걸리고 등 떠밀고
이게 시골살이인데
뻔히 눈으로 보이는 일감을 피 할 수야 없지만
이렇게 가랑비라도 오시면
그게 그만 휴식이 되지요...
 

 

 

밖에서 할 일 없으니

집 안에서 무어 할 일 없을까 두리번 거리다가

이제는 애물단지가 되어 버린 카메라 청소를 합니다

십여년 전 사진에 빠져서는 거의 정신 나간 상태로 줏어 모은 장비들 입니다

 

이제는 돼지털인지...그 쪼끄맣고 기능 왕성한 카메라에 밀려

돼지털 카메라의 모델 정도로 몰락 해 버려서는 급기야

이렇게 치장 장비가 되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디지털에 합류는 하였습니다만,

아직도

기계식 카메라의 금속성 셔터음이 그립지요...

특히 중형 카메라의 철커덕~ 떨어지는 그 묵직한 셔터음...

 

이렇게

사흘의 명절 연휴가 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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