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snake buster

햇꿈둥지 2005. 9. 12. 20:54

                                                           

 

 

여름은 초록 풍성했고

바람 넉넉해서 게으른 시골살이 치고는 행복 했었다

 

손님 치루기 힘겹지 않느냐는

마을 분들의 염려 반, 야지 반의 걱정을 적당한 엄살을 섞어 넘기긴 했지만

적막강산의 시골살이

그 또한 엄살 뒤에 숨겨진 바람 이었기에 행복한 나날들 이었다

 

다행이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올해는

그 놈

그 놈

그 보기 싫은 놈,

 

뱀을 만나지 않고 제 걸음으로 여름을 건너 뛴 것이다

 

그러나

그러나...

 

나두

이곳 산골살이 십년째

고녀석들 연중 계획표를 꿰뚫고 있으니

여름 지나

몸집 큰 태풍들 대충 지나고 난 지금쯤이면

산천 경개 좋고 바람 시원한 곳을 두루 섭렵 하시던 몸들이

이제 서서히 음습한 휴식처를 찾아 들...때 인지라...

적지않게 몸 움츠려

집주변 일없이 키자란 풀들을 베고 없애는 중인데

 

중인데...

 

한 낮

문밖을 나서던 아내의 날선 부름이

대번

뱀...임을 직감케 한다

 

사실은

정말 사실은

너를

뱀을

나와 동등한 이 산속 생명체로 인식하고 적정한 예우를 갖추리라고 늘 생각 했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 갑작스런 출현에 나는 늘 쫄아 버리고

그 수세적 행동의 모두는

곡괭이 이거나

갈퀴 이거나

심지어는 엔진톱 까지...

그 작되 오로지 길 뿐인 생명 하나를 제압 하기 위해서 지나치게 과장 되었다 싶은 규모의 흉기(?)를 동원하게 되는 것이다

 

사실 제압을 위한 이유는

일일히 열거 하기가 힘들 뿐이지 내 신체적 기능의 상이함 속에 있다

 

늬가

신발을 신냐?

아니면

혓바닥 하나로 낼름 거릴 수가 있냐?

이 점은 뱀인 너도 수긍하고 인정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어찌 됐거나

우얘 됐거나

 

어제 너를

젓먹던 힘에 악에 악을 더 보태 아작을 낸 점,

 

..............................................................~!

 

우린

어쩌면

잘못된 성서의

원죄적 원한 관계에 놓여 있다는 문제 아니겠는지...

 

 

성서

잘 몰러...

 

어쨌든

미안해

.

.

.

.

.

.

하여튼

이 밤

잠시

 

뭉념....중이여~

 

잘 가~

 

 

 

마지막으로 충고 하고 싶은 한마디는 말이여~

 

임자 있는 여자 놀라게 하거나 건드리면

이러케 박살나는거여~

 

널리 알려 주시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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