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초록 풍성했고
바람 넉넉해서 게으른 시골살이 치고는 행복 했었다
손님 치루기 힘겹지 않느냐는
마을 분들의 염려 반, 야지 반의 걱정을 적당한 엄살을 섞어 넘기긴 했지만
적막강산의 시골살이
그 또한 엄살 뒤에 숨겨진 바람 이었기에 행복한 나날들 이었다
다행이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올해는
그 놈
그 놈
그 보기 싫은 놈,
뱀을 만나지 않고 제 걸음으로 여름을 건너 뛴 것이다
그러나
또
그러나...
나두
이곳 산골살이 십년째
고녀석들 연중 계획표를 꿰뚫고 있으니
여름 지나
몸집 큰 태풍들 대충 지나고 난 지금쯤이면
산천 경개 좋고 바람 시원한 곳을 두루 섭렵 하시던 몸들이
이제 서서히 음습한 휴식처를 찾아 들...때 인지라...
적지않게 몸 움츠려
집주변 일없이 키자란 풀들을 베고 없애는 중인데
중인데...
한 낮
문밖을 나서던 아내의 날선 부름이
대번
뱀...임을 직감케 한다
사실은
정말 사실은
너를
뱀을
나와 동등한 이 산속 생명체로 인식하고 적정한 예우를 갖추리라고 늘 생각 했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 갑작스런 출현에 나는 늘 쫄아 버리고
그 수세적 행동의 모두는
곡괭이 이거나
갈퀴 이거나
심지어는 엔진톱 까지...
그 작되 오로지 길 뿐인 생명 하나를 제압 하기 위해서 지나치게 과장 되었다 싶은 규모의 흉기(?)를 동원하게 되는 것이다
사실 제압을 위한 이유는
일일히 열거 하기가 힘들 뿐이지 내 신체적 기능의 상이함 속에 있다
늬가
신발을 신냐?
아니면
혓바닥 하나로 낼름 거릴 수가 있냐?
이 점은 뱀인 너도 수긍하고 인정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어찌 됐거나
우얘 됐거나
어제 너를
젓먹던 힘에 악에 악을 더 보태 아작을 낸 점,
..............................................................~!
우린
어쩌면
잘못된 성서의
원죄적 원한 관계에 놓여 있다는 문제 아니겠는지...
나
성서
잘 몰러...
어쨌든
미안해
.
.
.
.
.
.
하여튼
이 밤
나
잠시
뭉념....중이여~
잘 가~
마지막으로 충고 하고 싶은 한마디는 말이여~
임자 있는 여자 놀라게 하거나 건드리면
이러케 박살나는거여~
널리 알려 주시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