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식상

햇꿈둥지 2005. 8. 17. 16:55
 
 

 
새볔 다섯시 경 이면 눈 떠서
잠깐 하느님하구 대화를 시도해 봐
사는게 죄악 투성이인 이노미,
뭐 간절히 드릴 말씀이 있겠어?
그저
오늘도 주님의 사랑하는 어린 양 한마리를 잘 쌥쳐서 일용할 양식으로 삼을 수 있게 해 달라고 말씀 드린 다음,
대답은 이미 어제 해 주신 걸로 믿고...
 
치카 치카~
이빨 갈고 못생긴 얼굴 전체와 대갈빡에 물광을 올리고
밤새 주린 순대에
주로 푸성귀와 된장이 주류를 이루는 컨츄리한 만나를 채운 다음 
 
치악을 넘고
원주를 지나
섬강을 건너고
다시 남한강도 건너고
여주를 지나
이천을 지나면
드뎌 오늘 하루를 지지고 볶거나
목구멍에서 단내나게 멀쩡한 대낮의 시간을 작살내야
한달간 먹잇감과 바꿀수 있는 지폐를 준다는거야...드런 세상~
 
그래서
가끔은
이 물리고 징그러운 주변 환경을 획기적으로 바꾸어 보고자 엉뚱한 우회로를 선택해 보는거야
물론
이런 저런 선택지들이 많이 있지만
오늘은 휴가철로 붐볐을 백운 계곡 코스를 선택 했어
 
문딩이 콧구멍 처럼 뻥~ 뚫린 다릿재 터널을 지나고
 
 

 

더운 여름 내

신발있고 차 있는 사람들 몽땅 덤벼 들어

시끌벅쩍

와글버글~ 을 일삼던 길바닥 이었다면 누가 믿을까?

이제는

싸움 나도 말릴 사람 하나 없는 한적한 백운 계곡 길,

 

 


 

지난 여름의 기억들은

씻어 버리자고

씻어 버리자고

계곡물 혼자 발걸음 분주한데

 

 


 

 

이제 비로소 일상의 터전을 확보한 거미 한마리

의젓한 자세로

한아름 가득

초록만 끌어 안아 

지는 여름을 희롱하고 있다

'소토골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snake buster  (0) 2005.09.12
가을 속으로  (0) 2005.09.05
생일 이란다  (1) 2005.08.16
여름 속에서 가을을 만나다  (0) 2005.08.10
비 속에 눕다  (0) 2005.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