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여름 속에서 가을을 만나다

햇꿈둥지 2005. 8. 10. 15:44
 

 
 
눈 부시게 푸른 빛이었거나
제 아무리 거친 비를 뿌려대더라도
그래
저렇게 뜨거운 빛을 가슴 속 깊이 숨겨 두었기에
여름은 그토록 거친 숨을 뿜었고
초록은
그늘을 만들기 위해 그렇게 무성 했을거야
개떡 같은 농사 솜씨
남들 하는 때맞춘 일은 건성 건성인데
 
 

 
 
가끔은 이렇게
난지도에서 산삼 캐듯 엉뚱하고 기특한 일들도 한다
정작 작목의 주종을 이루는 뒷 밭은 풀밭으로 버려두고 호미로 헤비적 거린 텃밭에 이제 송송 싹을 틔운 열무를 보며 아침,저녘으로 적은 입을 귀에 건다
식물이건 동물이건...을 분별치 않는 아내의 호칭은 공통하여 "아가"인데
이 녀석들도 예외없이 "우리아가"라는 공통 호칭을 얻었다
 
허긴~
 
"아가~ 아가~"를 연발하던 아내가 순하고 어린 이놈들을 솎아내어
고추장에 썩 썩 비벼서는 흉년에 나물 먹듯 해치우는 꼴을 보면서
식인종 마누라를 연상하는 내게 무슨 정신적 문제가 있으랴~
 
이 어린 것 들이 무슨 죄가 있다구...
 
 

 
 
하루종일
추녀 끝을 지나는 바람 붙들어
무릎을 맞대고 깔깔 거리던 풍경도
이젠 별빛 마중을 하려는지 제법 정숙해졌는데
초복을 데우고
중복을 데워서 울울창창한 초록마져 지쳐 눕게 하던 더위
제풀에 지쳐
말복을 저 만큼 두고도 입추라 하니... 
 
 

 
 
이제 그만
가을 이라고
돌틈마다 소란한 귀뚜라미 소리
 
세월을 흔들고
계절을 굴려서
 
이슬 적신 어두움 함께
청량하게 번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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