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 옮겨 심기가 끝나기 바쁘게 이젠 가을철 먹거리가 될 당근 심기 입니다
앞장 선 아내가 쪼물 쪼물 씨앗 넣을 자리를 마련해 주면 저는 그 뒤를 쫓아가며 세개 혹은 네개씩의 당근 씨앗을 땅에 넣고 살짝~ 덮어 주면 되는 일 입니다
이것 역시
흙에 넣어진 씨앗들이 모두 발아를 하고 난 뒤면 그 중 가장 튼실한 녀석 하나만 두고 솎아내야 하는 일이니 씨앗을 많이 놓으면 그만큼 뒷 일이 많아지게 되지요
그렇다고 달랑 씨앗 하나만 놓을 수는 없으니 손끝에 닿는대로 그저 넉넉하다 싶게
네개도 다섯개도 넣지요
새도 하나
벌레도 하나
마누라도 하나
나도 하나...
풀밭속에 유기되어 있던 토마토들이
바라 보기도 따기도 미안 할 지경으로 버려 두었음에도
비 잦은 칠월의 태양빛을 훔쳐
이렇게 붉디 붉게 익었습니다
원래의 태생은 황도 복숭아이나
주인 잘 못 만나 전지가 되나 시비가 되나...
이 지경에 가지마다 흥부네 집 아이 생기듯 주렁주렁 복숭아가 매달리다 보니
태생의 황도는 간데없고 몽땅의 몰골이 간데없이 개복숭아 꼴이라...
미안하다
미안하다
그러나
단 한번도 내 손으로 네 본질을 조장하지 않았으니 우리 이만하면 자연스럽지 않겠는가?...
윗 밭 3.000여평을 풀밭으로 버려 두고
집안 가까우니 우리 여길 텃밭으로 만드세...
메뚜기 이맛빡만한 터를 만들어서는
또
상추 뿌리고 당파 놓고...
남은 날들
속 태울 것 없이 소꼽장난 하듯 살지
마늘 쪽 같은 뺨 부비면서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