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여명 커피

햇꿈둥지 2005. 7. 31. 11:28
 

 
논 보다는 산과 밭이 많은 이곳 원주 지역은 새볔에만 반짝 열리는 새볔장이 있습니다
민속 장 처럼 5일에 한번씩 열리는 장이 아니고 이른 시간인 새볔에 열려 동이 트고 햇살이 퍼질 시간이면 끝나 버리는,
요즘처럼 더운 여름철에는 그야말로 끝내주는 시간에 매일 매일 열리는 장 입니다
새볔잠 없는 나이드신 분들에게는 아침 산책 시간을 아주 유용하게 보낼 수 있는 도시 전체의 만남과 교류의 장 이기도 합니다
 
 

 
 
원주천 둔치에 마련된 이곳에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로 성시를 이룹니다
원주 주변의 횡성이나 홍천,
심지어는 충북 일원의 도시 상인은 물론 경기 동부 지역 채소 상인들이 차떼기로 물건을 실어 나르기도 합니다
강원 심부 지역처럼 고르게 고냉지 농사가 이루어지지는 않습니다만,
산간 지역으로는 제한적으로 고냉지 농사가 가능하다 보니 싱싱하고 질 좋은 채소며 산채가 나오고
또 중개상에 의해 늘어지는 유통과정 없이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만나는 장이다 보니 거래 농산물에 대한 신뢰도 높은 편 입니다
 
 

 
 
차로 실어 내어 온 농산물을 도매 형태로 거래 하거나
손수레를 끌고 직접 나온 사람들을 상대로 소매도 이루어 집니다
연세 많으신 할머니들이 소꼽장난 처럼 마련하신
호박잎 이거나
담쟁이콩 한줌
말갛게 벗겨진 산도라지 한 사발...
또 직접 재배한 감자,고구마 거나 심지어는 담 옆의 늙은 자두나무에서 거두어진 자두하며...
거래 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한자리에 모이지요
 
 

 

 

토마토 한 바구니

강낭콩 한사발

옥수수 여덟자루...

오늘 이 아주머니가 팔려고 내 놓은 전부 입니다

오가는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그까잇거~ 팔리든 말든...

콩을 까고 있는 아주머니 모습이 참 여유롭기만 합니다

 

 

 
        [다아~ 골라 놓은 거니께 그냥 짚이는대루 가져 가시래유~]
 
가지는 여덟개 천원,
오이는 열개에 천원...
지난 해 농사지어 곱게 곱게 말린 고추도 한자루 있구요...
 
 

 

[파는거나 먹는거나~]

 

파시 전에 아둥바둥 팔아야 할 물건도 아니니

그저 옆자리 친구 할머니 불러 잘 익은 토마토 하나씩을 베어 먹습니다

 

"장마철인데도 제법 맛이 들었구만..."

 

"아 맛 없는거 내다 팔면 된대유?~"

 

물건을 팔러 오셨는지

장 구경을 오셨는지...천하태평에 유유자적 이십니다

 

 


 

[많이 준거래유~]

 

"에이~ 아줌마~! 거 하나 더 담아 보래유"

"아줌마 이거 농사 짓느라구 힘만 쎄빠지게 들었지 남는거 한개두 없어"

이런 줄다리기 중에도 웃음 띈 얼굴로 슬그머니 한 두개를 더 담아 주는 소박한 장터 입니다

 

 

 
장터에선 꼭 농산물만 팔리는 건 아닙니다
이렇게 커피를 파는 아주머니도 계십니다
메뉴를 알려 드릴까요
쌍화차
인삼차
대추차...도 있지만
이 중 가장 인기가 있는 것은 단연 커피 입니다
물론
더운 여름철 이니까 어름을 동 동 띄운 냉커피도 있지요
커피도 이런 저런 이름이 붙어 있었습니다만,
아주머니 맘대로 만들어지는 500원 짜리 커피 한잔을 받아들으며 말씀 드렸지요
 
"아주머니 내일부터 이 커피 이름은 여명커피 라고 하세요
이렇게 날 밝을 때 마시는 거니까 그럴듯 하쟎아요?"
 
그저 웃음뿐이었던 아주머니...
 
여러분들 생각엔 어떠세요?
과연 채택이 될까요?

'소토골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골은 업무중  (0) 2005.08.04
엉터리 농사  (0) 2005.07.31
  (0) 2005.07.25
피서를 한문으로 쓴다면...  (0) 2005.07.25
장마 뒤의 본격 여름  (0) 2005.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