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장마 뒤의 본격 여름

햇꿈둥지 2005. 7. 19. 21:07
 

 

                                                                       [치악 칠월의 산안개]

 

나라의 남북을 자주 오르 내리며 비를 뿌리던 장마는 뒷심 없는 모습으로 이렇게 짙은 안개를 몇 차례 뿌리고는 그만 소강 상태...였다가 영 영 떠나 버릴 모양 입니다

초록의 색감은 이렇게 안개 속에서 더욱 선연해지는듯 합니다

기실 사진 한장으로 보이는 초록이야 나무랄데 없이 풍성해 보이지만 저 안에는 정성들여 가꾼 작물들 보다 우쭐~ 키 자란 풀들 뿐이어서 몇번의 제초 시도 끝에 늘어지고 지친 몸을 추스릴 때 쯤이면 섬돌 밑 풀벌레 소리 요란하고 점령군 처럼 가을이 들이 닥치곤 했었습니다

 

 


 

 

 


 

 

 


 

 

그 초록 속 점 박히듯 피어난 꽃들에 연신 감탄하는 꽃 같은 아이들 있어서 잠시 담아 보았습니다

결혼한지 이제 3개월 째이니 알짜배기 신혼인 조카 녀석들 입니다

핑계로야 감자를 캐 드리고 진정한 농촌 봉사 활동을 위해서라고 힘주어 얘기 합니다만

저희 부부 생각에는 주오일 근무제의 본격 시행에 따른 절약형 주말 여행 이거나

더욱이는 고양이 쥐 생각 정도로 느껴지지요

그래도 허랑방탕 속 없이 돌아치는 것 보다는 생각이 기특하다 싶어 주말 농삿꾼으로 받아는 주었어도 역시 예상 했던 것 처럼

일은 되로 하고

먹기는 말로 하는 밑지는 장사(?)를 했습니다

더더구나 손해를 보기는 감자며 배추며 무우며 심지어는 마을의 새마을지도자 친구 마당가에 잔뜩 달려 있던 자두 까지를 털어서 달아나 버렸으니

괘씸한 중에도 그만 흐믓해지는 일이 시골살이 입니다

게으름으로 결실 맺어진 개떡 같은 결과물들에 마을 안에서는 아무도 그들처럼 감탄해 주지 않으니까 말 이지요...  

 

떠나고 난 뒤에 보니까

저희도 모르는 장소에 슬그머니 낚시 가방이며 이런저런 장비들을 두고 간 것은

이 여름이 가기 전에 기어이 다시 오겠노라는 예약의 저의로 보이는군요

 

그렇커니

야물게 익어가는 더위,

 

여름은 어느새 칠월의 한가운데를 건너고 있습니다

 

들려가시는 모든님들

서툴고 빈약한 글 내용에 관계없이

청량한 날들 맞으시길 기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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