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피서를 한문으로 쓴다면...

햇꿈둥지 2005. 7. 25. 09:57

 


 

                                       [중앙선 신림역 플랫 홈]

길은 이렇게 있으되

잠시 쉬어 가라고

드디어 본격 휴.가.철...이 되었습니다

동 으로

또 동으로...

폭염 속의 휴가 행렬 끝이 없고

사람 구경하기 힘들던 시골마을이 외지 사람들의 발길로 번잡 하고

계곡마다 그늘마다

아슬아슬 차림이 넘쳐 납니다

 

피서(避暑)는 이제 피서(避西)로 바뀌었는지

온통의 차들이 향동의 한길로 모여들어 느릿느릿 미어터지는 여름...

 

 

 
 
사 들인지 세해가 넘도록 비 맞추고 이슬 맞추기를 일삼던 건조기 지붕 씌우는 작업 하나 겨우 마쳐 놓으니 이내 손님들...
없는 살림 알뜰살뜰 해 보리라고 비싼 스레트 대신 제천의 고물상까지 찾아가 코팅 함석을 싼 값에 사 들이기는 했으나
이틀의 주말에 휴가로 까지 시간을 만든 도시의 조카,친구,먼 가족들 까지 우루루~ 몰려 닥치고 보니 이틀의 시간이란 것이 일을 하는 시간으로 보다는
거의 술 상무의 지경에 이르고 맙니다
 

 

 

                                                                     [소토골 햇꿈둥지 정자]

이틀간의 업적으로 쌓인

정자 끝 자리의 빈 술병들,

찰랑하게 채워진 술잔으로 이마를 부딪히며 늦은 밤 까지

도시의 더위를 성토하고

그 간의 외로움을 쏟아내다가

빛나는 별의 수만큼 가로등이 빛나는 도시로 다 떠나 버렸는데

 

 


 

 

그들의 발길이 회귀가 되었든, 귀가가 되었든

몸 움직여 자리를 옮겨 본 적 없는 물옥잠은

제 발등 위로 미소 같은 꽃 한송이 피우고도

이 아침 여전히 묵묵부답...

 

바람결로 얻은 향기 하나를 몸에 두른 뒤에야

이렇게 겨우

서툰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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