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햇꿈둥지 2005. 7. 25. 20:49
 
 

                                                                               [중앙선 신림역]
역사가 참 예쁘지요?
건물의 기본적인 분위기는 대부분의 역사들이 그러하듯이 다분히 왜색이지만 칠월 농익은 초록의 어울림과 이런 저런 치장이며 도색들로 제법 예쁘장한 모습 입니다
산골 마을 워낙 작은 역사이다 보니 새마을호라든지 무궁화호 같은 고급의 비싼 열차들은 아주 거만한 폼으로 휘익~ 지나쳐 버리기 일쑤이지만
하루에 두번쯤 무궁화호가 쉬어 가는 곳 입니다
누구나가 이런 역에서는 대번 황량한 이별을 떠 올리게 마련 이지만 그래도 열차에서 내린 사람의 숫자 만큼은 만남 이거나 재회의 기쁨을 나누게 되어 있지요
저희들도 아주 가끔 이 역에서 열차를 타 보거나 오시는 손님 마중을 할 때가 있습니다
 
 

 

 

기차가 역구내를 빠져나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 하면서 이내 마주치게 되는 도시의 이면들,

도시의 얼굴은 아무래도 차도와 인도를 해바라기 하는 모양새라서 갖가지 예쁘고 휘황한 간판이며 멋드러진 쇼윈도우를 보여주는 대신

기차가 지나는 길들은 대부분 버려진

아니면 도로 전면에서는 감추어져야 할 풍경들 이어서

아무렇게나 걸려진채 헝클어진 바람에 나부끼는 빨래들 이거나

비 새는 낡은 지붕에 퍼즐 조각처럼 덮여진 천막 조각...그리고 그 위에 성의 없이 올려진 타이어들...이거나

 

누구누구 나쁜새끼...라고 삐뚤빼뚤 써 제낀 허름하고 남루한 벽들

주름 깊은 얼굴로 그 벽에 기대어 담배를 물고 있는 지친 노파 하나...  

 

그 정물 같은 풍경 속을 아주 느릿하고 비겁하게 걷고 있는 똥개 한마리...까지도...

그러면서도

너무 인간적이어서 몸 던져 뛰어 들고 싶은 그런 거리들을

도시는 빛나는 가로등과 휘황한 네온의 사타구니로 끌어 안고 있는 겁니다

 

 


 
펄떡이는 의욕으로 다시 뛰어 들기 보다는
어쩐지
아득한 현기증이 일고 마는 저 앞의 길들...
 
살아 가기 보다는
살아내는 날들인듯 싶어
더욱 아득해지는...
 
내 앞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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