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밖에 초록비 내립니다
낙수물 골져 흐르는 한낮,
시골의 일요일은 일요일(sun day)이되 일요일(work day)로의 기능이 충분한데
이렇게 비가 내리는 날이면
그야말로 일 없는 날이 되고 맙니다
운무 거느린 앞산, 백운이
초록 창안으로 불쑥 뛰어 들고
그 맞음으로 한없이 여유로워지는 시간
햇빛 없이도 금송화 흐드러지고
수줍은 메꽃도 한껏 자랑인데
무리 지은 하늘나리,
꽃빛보다 더 진한 향내 온 들에 가득 합니다
8월의 뙤약볕을 숙명으로 견디고도
여름
모든 날들을 온 몸으로 받아
치열 정연한 낭자의 얼굴로 피어 납니다
흐르는 것이 어디 사람의 시간 뿐이랴
낮은 것은 탐하지 않아도 주어지느니
홍진의 세상사처럼 탐 하여 구 하려 했다면 어찌 이런 흐름을 이루겠는고...
물은 흐르되
그 단아한 소리만 명징하게 남겨진 뜰을
풀섶의 돌탑 홀로 지켜 서 있으니
굳이 이 집에 주인 있음을 얘기해 무엇하리...
초록 낮잠에
영혼까지 쇄락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