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제법 겨울,

햇꿈둥지 2020. 12. 8. 15:45

 

 

#.

12월이 되고도 며칠 동안

겨울임을 잊어 버리도록 햇볕이 늘어지더니

그예 바람이 일어서고

산골 기온은 곤두박질,

 

#.

추녀끝

풍경소리들이 함부로 엉켜 구르는 한낮에

얽히고설켜서 

보는 이 조차 숨통이 죄어드는듯한

소나무 가지를 자른다.

 

#.

겨울 전지를 해도 되느냐?

전지는 할 줄 아느냐? 고 걱정보다는 나무람으로 들리는

아내의 참견이 있었으나

 

#.

잘못된 전지로 얼어 죽으나

얼기설기의 가지에 치어 스스로 죽거나인 판에

어쨌든 숨통은 트인 셈,

 

#.

"쌀 쪘다"

앞 뒤 설명 없이

거북이 등에 부항 뜨는 소리 같은 전화 한 통 받은 뒤

 

#.

흙먼지를 일구며 올라 선 택배 차로

이웃 도시의 진상미 한포대가 도착했다.

 

#.

홀로 살이에

다정의 중병을 끌어안고 사는 친구 녀석이

오지랖 한 뼘을 뚝 잘라 보낸 것,

 

#.

산중 빈한한 밥상에

반찬 관계없이

밥 그릇만

반지르한 윤기가 찰지게 넘쳤다.

 

#.

밤 새 하고도 낮 동안

제법 칼칼한 바람이 불더니

샘물가의 고드름이 겨울의 송곳니로 날카롭다.

 

#.

대설 지나

겨울도 이제 한복판

푸르고 높은 하늘 가득

추위의 융단 폭격,

 

#.

동치미 항아리를 열었다.

 

#.

토라진 여인네의 눈빛처럼

톡 쏘는

그 맛,

 

#.

제법

겨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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