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월이 되고도 며칠 동안
겨울임을 잊어 버리도록 햇볕이 늘어지더니
그예 바람이 일어서고
산골 기온은 곤두박질,
#.
추녀끝
풍경소리들이 함부로 엉켜 구르는 한낮에
얽히고설켜서
보는 이 조차 숨통이 죄어드는듯한
소나무 가지를 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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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전지를 해도 되느냐?
전지는 할 줄 아느냐? 고 걱정보다는 나무람으로 들리는
아내의 참견이 있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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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전지로 얼어 죽으나
얼기설기의 가지에 치어 스스로 죽거나인 판에
어쨌든 숨통은 트인 셈,
#.
"쌀 쪘다"
앞 뒤 설명 없이
거북이 등에 부항 뜨는 소리 같은 전화 한 통 받은 뒤
#.
흙먼지를 일구며 올라 선 택배 차로
이웃 도시의 진상미 한포대가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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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살이에
다정의 중병을 끌어안고 사는 친구 녀석이
오지랖 한 뼘을 뚝 잘라 보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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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중 빈한한 밥상에
반찬 관계없이
밥 그릇만
반지르한 윤기가 찰지게 넘쳤다.
#.
밤 새 하고도 낮 동안
제법 칼칼한 바람이 불더니
샘물가의 고드름이 겨울의 송곳니로 날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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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설 지나
겨울도 이제 한복판
푸르고 높은 하늘 가득
추위의 융단 폭격,
#.
동치미 항아리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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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라진 여인네의 눈빛처럼
톡 쏘는
그 맛,
#.
제법
겨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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